[세계의 창] 글로벌 확증편향 시대, 정보편식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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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 갈등 해석에 '자국쏠림'현상 심해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해법 찾기 어려워
박래정 <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해법 찾기 어려워
박래정 <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
바야흐로 ‘갑(甲)질’의 시대다. 국내에선 갑에 맞서는 을(乙), 병(丙)들의 궐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나라 밖에선 온통 ‘강대국들의 갑질’이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의 트윗 한 구절만으로 수백조원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전례 없는 수출규제 보복카드도 갑의 근육 자랑이다. 자국 경제에도 떨어질 불똥이건만 ‘이참에 손봐야 한다’는 강경론은 갑국(甲國)의 공통된 특징이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에 득세했던 자유무역주의, 경쟁과 협력의 흐름은 빛을 잃었다. 강대국의 갑질로 을과의 무역이 줄면, 을은 물론 갑도 손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나라 경제가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나아가고 그 부분집합으로서 한·일(韓日) 공급사슬이 약화되면 시장 위축과 제조사슬의 효율감소에 따른 파장은 역대급일 것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모두가 손해다.
그런데도 ‘갑을 분쟁’이 벌어지는 것은 ‘내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와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중국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머지않아 투항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각종 실물경제 지표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전면적인 경기부양 카드를 쓰지 않고 있다. 금리 인하나 부동산경기 진작에 신중한 것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공산당의 시계도 자기 편에 유리하게 흘러간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불온’한 징조가 이미 나타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를 망치고 있다’며 연일 미국 중앙은행(Fed)에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미국이 보복 수위를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자 중국은 미국의 보복카드가 기실 트럼프 행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높다. 중국 관영언론 보도만 보면 미국의 대중(對中) 보복조치는 중국엔 큰 충격을 주지 못한 채 미국의 발등을 열심히 찍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는 중국을 압박할 카드가 수두룩하다. 민주당까지 강력한 중국 제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다음 대선 캠페인을 거치면 중국을 겨누는 칼날은 더욱 예리해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현 수준 견제만으로도 ‘중국제조 2025’ 계획은 이미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판단 오류를 ‘확증편향’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직접 경험이나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한 정보를 비중 있게 받아들여 생기는 오류를 말한다. 태평양 너비만큼 떨어져 있는 두 나라 갈등 국면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우려할 만한 것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쏠림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미국 유학을 다녀왔거나 미국 사회를 많이 접해본 친미 성향이 강한 쪽은 대개 중국 경제의 하드랜딩(경착륙)이나 파국을 점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반면 중국 경제의 부상을 직접 목도해본 쪽은 반대편 전망에 선다.
일본 수출규제와 한국의 대응조치를 둘러싼 양국의 이해득실을 점치는 가운데에도 이 같은 편향은 드러나고 있다. 교류 감소는 기본적으로 두 나라 모두에 이익될 게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정보 편식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은 대통령의 트윗 한 구절만으로 수백조원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전례 없는 수출규제 보복카드도 갑의 근육 자랑이다. 자국 경제에도 떨어질 불똥이건만 ‘이참에 손봐야 한다’는 강경론은 갑국(甲國)의 공통된 특징이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에 득세했던 자유무역주의, 경쟁과 협력의 흐름은 빛을 잃었다. 강대국의 갑질로 을과의 무역이 줄면, 을은 물론 갑도 손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나라 경제가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나아가고 그 부분집합으로서 한·일(韓日) 공급사슬이 약화되면 시장 위축과 제조사슬의 효율감소에 따른 파장은 역대급일 것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모두가 손해다.
그런데도 ‘갑을 분쟁’이 벌어지는 것은 ‘내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와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중국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머지않아 투항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각종 실물경제 지표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전면적인 경기부양 카드를 쓰지 않고 있다. 금리 인하나 부동산경기 진작에 신중한 것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공산당의 시계도 자기 편에 유리하게 흘러간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불온’한 징조가 이미 나타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를 망치고 있다’며 연일 미국 중앙은행(Fed)에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미국이 보복 수위를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자 중국은 미국의 보복카드가 기실 트럼프 행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높다. 중국 관영언론 보도만 보면 미국의 대중(對中) 보복조치는 중국엔 큰 충격을 주지 못한 채 미국의 발등을 열심히 찍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는 중국을 압박할 카드가 수두룩하다. 민주당까지 강력한 중국 제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다음 대선 캠페인을 거치면 중국을 겨누는 칼날은 더욱 예리해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현 수준 견제만으로도 ‘중국제조 2025’ 계획은 이미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판단 오류를 ‘확증편향’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직접 경험이나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한 정보를 비중 있게 받아들여 생기는 오류를 말한다. 태평양 너비만큼 떨어져 있는 두 나라 갈등 국면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우려할 만한 것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쏠림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미국 유학을 다녀왔거나 미국 사회를 많이 접해본 친미 성향이 강한 쪽은 대개 중국 경제의 하드랜딩(경착륙)이나 파국을 점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반면 중국 경제의 부상을 직접 목도해본 쪽은 반대편 전망에 선다.
일본 수출규제와 한국의 대응조치를 둘러싼 양국의 이해득실을 점치는 가운데에도 이 같은 편향은 드러나고 있다. 교류 감소는 기본적으로 두 나라 모두에 이익될 게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정보 편식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