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7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이 오는 9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한 보복 조치다.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뜨거운 기세로 불붙을지 세계 경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산 수입품 5078개 품목에 대해 5~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산 콩과 원유 수입품 등 일부 품목은 다음달 1일부터, 나머지 품목은 12월 15일부터 추가 관세를 매긴다.

중국 국무원은 이와는 별도의 자료를 통해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12월 15일부터 각각 25%와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일시 중단했던 자동차 부문 관세 부과를 재개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추가 관세 방침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평가다. 중국이 발표한 추가 관세 부과 시기가 미국 일정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9월 1일과 12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추가관세 치고받은 美-中…무역협상 '노딜' 최악사태 오나
中 지도부, 장기전 각오한 듯…외국기업 블랙리스트 곧 발표


중국 정부가 23일 미국을 상대로 반격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국 갈등이 갈수록 심화해 무역협상 합의에 이르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의 역공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소득 없이 끝나자 오는 9월 1일부터 약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제공격했다. 이후 미국은 지난 13일 휴대폰 컴퓨터 등 일부 정보기술(IT) 품목의 관세 부과 시점을 12월 15일로 늦추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홍콩 반정부 시위대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 등이 더해져 양국 간 긴장은 오히려 고조됐다.

중국 지도부의 심중을 대변하는 매체로 평가받는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지난 22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홍콩 시위와 무역협상을 연계하려는 미국 정부 압박에 중국 지도부 곳곳에서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보복 조치를 간접적으로 예고했다.

후 편집장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연이은 관세 부과에도 중국을 굴복시키는 데 실패하자 미국 정부가 중국 인권 상황과 홍콩 시위를 잇따라 비판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격렬하게 요동치는 미·중 관계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은 담담하게 장기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보복 조치를 주고받으면서 미·중 무역분쟁은 더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맞서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unreliable entities)’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리스트에는 미국 페덱스와 영국계 은행 HSBC, 록히드마틴 등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은지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