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와 관련해 갑자기 실종되는 사람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본토로 출장을 간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 억류된 데 이어 홍콩 시위를 참관하고 돌아온 중국의 인권변호사도 사라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인권변호사 천치우스(33)가 홍콩 시위를 참관하고 귀국한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22일 보도했다. 그는 지난 주말 관광비자로 홍콩을 방문해 반정부 시위와 친정부 시위 현장을 참관한 뒤 동영상과 사진을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2014년 중국웅변대회에서 준우승해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된 그는 웨이보를 통해 시사문제에 관해 논평하고 있다. 웨이보 팔로어는 77만여 명에 달한다. 문제의 영상과 사진은 중국 당국에 의해 웨이보에서 삭제됐지만 유튜브에는 아직 남아 있다.

그는 계속해서 시위 영상을 올리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이 조기 귀국을 종용하자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그가 현재 중국 당국에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인 사이먼 정(28)이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했다가 고속열차를 타고 홍콩으로 돌아오던 길에 연락이 두절됐다. 그는 영국 총영사관 스코틀랜드 국제발전국에서 투자 업무를 맡고 있으며 업무차 정기적으로 중국 본토를 오갔다.

영국 외교부의 확인 요청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던 중국 정부는 21일 그를 구금한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치안관리조례처벌법 위반으로 선전 경찰에 의해 행정구류 15일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겅 대변인은 사이먼 정에 대해 “그는 홍콩인으로 영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라며 “이번 사건은 중국 내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찰은 최근 선전을 오가는 홍콩인의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의 휴대폰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와 관련한 사진이나 영상을 발견하면 구금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