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 상대로 페이스북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패소한 방통위는 물론이고 글로벌 콘텐츠 공급자(CP)와 망 사용료 협상을 벌여야 하는 국내 통신사들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22일 페이스북이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불편을 알면서 서버 접속경로를 일부러 변경해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2018년 3월21일 페이스북에 대한 방통위 처분(과징금 부과 및 시정조치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2016년 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망 사용료를 놓고 갈등을 빚다 그해 12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이같은 행위가 국내 이용자들에게 불이익을 끼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며 작년 3월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페이스북이 행정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국내 통신사들의 망 이용료 협상과 방통위 규제 권한이 모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 중인 망 사용료 가이드라인 제정에도 여파가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는 사실상 공짜로 통신망을 이용해 국내 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국내 CP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망 사용료로 이통사에 매년 수백억원을 지출해왔기 때문이다. 법원이 페이스북 손을 들어주면서 이통사는 추후 망 사용료 협상에서도 불리한 처지가 됐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망 사용료를 내라고 하기 어려운 처지다. 콘텐츠 공급자가 갑이고 통신사는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법원 판결로 망 사용료 문제는 꺼내기도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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