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주전자·의자·조명서 발견한 현대 디자인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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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디자인 산실'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전, 금호미술관서 열려
바겐펠트 주전자·브로이어 의자 등 조형미·기능성 추구한 바우하우스 정신 담아
둥근 몸체의 금속 주전자 하나가 미술관의 근사한 유리장 안에 놓였다.
뚜껑부터 손잡이, 추출구까지 아무리 열심히 뜯어보아도 여느 집에나 있는 주전자다.
작품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평범한 외양의 이 주전자는 1929년 독일 바우하우스 금속공방에 몸담았던 디자이너 빌헬름 바겐펠트가 만든 오리지널 오브제다.
당시 주전자들이 화려하고 장식적이지만 그만큼 파손 위험이 크고 무거웠던 것을 생각하면, 단순하고 견고한 바겐펠트 주전자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바겐펠트 주전자가 보여주는 조형미와 기능성은 현대 디자인의 산실로 평가받는 바우하우스의 핵심 정신이다.
1919년 바이마르에 지어진 바우하우스는 나치 세력 탄압으로 14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바우하우스가 품은 이상과 그 작업은 산업화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최근 개막한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 전시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이 열리고 있는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을 20일 찾았다.
미술관의 디자인 소장품을 바탕으로 현대 생활문화의 원류로서 근대 디자인을 다시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는 응접실, 서재, 부엌 등으로 나뉜 공간을 통해 바우하우스의 다채로운 면면을 소개한다.
2층에 놓인 마르셀 브로이어의 '탁자세트 B9'(1925/1926)는 강철 파이프를 구부린 간결한 형태다.
높이가 다른 4개 테이블을 서로 겹쳤다 뺐다 할 수 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이 탁자 위에 올려진 현대적인 다기 세트는 바우하우스를 개교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의 작품이다.
맞은편 공간에 놓인 크리스찬 델의 조명은 요즘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흔하게 팔리는 조명과 매우 흡사하다.
층마다 놓인 도슨트용 의자는 90여년 전 만들어진 마르셀 브로이어의 의자를 독일 가구회사 텍타가 재생산한 제품이다.
전시는 바우하우스 디자인이 이처럼 현대인의 일상적인 풍경 구석구석을 구성하고 있음을 각인해 준다.
제품 소재가 나무에서 산업시대를 상징하는 금속과 유리로 옮겨가는 양상도 엿볼 수 있다.
60여점을 망라한 '바우하우스와 현대생활'은 국내에서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제대로 기념하는 자리가 지금까지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 의미 있는 자리다.
금호미술관은 2000년대 초반부터 바겐펠트 주전자를 비롯해 다양한 바우하우스 작품을 꾸준히 수집해 왔다.
금호미술관의 디자인·가구 컬렉션은 500여점에 이른다.
이번 전시는 1989년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금호갤러리로 문을 연 금호미술관의 개관 30주년 기념전이기도 하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연합뉴스
바겐펠트 주전자·브로이어 의자 등 조형미·기능성 추구한 바우하우스 정신 담아

뚜껑부터 손잡이, 추출구까지 아무리 열심히 뜯어보아도 여느 집에나 있는 주전자다.
작품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평범한 외양의 이 주전자는 1929년 독일 바우하우스 금속공방에 몸담았던 디자이너 빌헬름 바겐펠트가 만든 오리지널 오브제다.
당시 주전자들이 화려하고 장식적이지만 그만큼 파손 위험이 크고 무거웠던 것을 생각하면, 단순하고 견고한 바겐펠트 주전자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바겐펠트 주전자가 보여주는 조형미와 기능성은 현대 디자인의 산실로 평가받는 바우하우스의 핵심 정신이다.
1919년 바이마르에 지어진 바우하우스는 나치 세력 탄압으로 14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바우하우스가 품은 이상과 그 작업은 산업화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최근 개막한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 전시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이 열리고 있는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을 20일 찾았다.
미술관의 디자인 소장품을 바탕으로 현대 생활문화의 원류로서 근대 디자인을 다시 살펴보는 전시다.

2층에 놓인 마르셀 브로이어의 '탁자세트 B9'(1925/1926)는 강철 파이프를 구부린 간결한 형태다.
높이가 다른 4개 테이블을 서로 겹쳤다 뺐다 할 수 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이 탁자 위에 올려진 현대적인 다기 세트는 바우하우스를 개교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의 작품이다.
맞은편 공간에 놓인 크리스찬 델의 조명은 요즘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흔하게 팔리는 조명과 매우 흡사하다.
층마다 놓인 도슨트용 의자는 90여년 전 만들어진 마르셀 브로이어의 의자를 독일 가구회사 텍타가 재생산한 제품이다.
전시는 바우하우스 디자인이 이처럼 현대인의 일상적인 풍경 구석구석을 구성하고 있음을 각인해 준다.
제품 소재가 나무에서 산업시대를 상징하는 금속과 유리로 옮겨가는 양상도 엿볼 수 있다.
60여점을 망라한 '바우하우스와 현대생활'은 국내에서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제대로 기념하는 자리가 지금까지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 의미 있는 자리다.
금호미술관은 2000년대 초반부터 바겐펠트 주전자를 비롯해 다양한 바우하우스 작품을 꾸준히 수집해 왔다.
금호미술관의 디자인·가구 컬렉션은 500여점에 이른다.
이번 전시는 1989년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금호갤러리로 문을 연 금호미술관의 개관 30주년 기념전이기도 하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