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제약사의 수익성이 전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신약 개발이 부진한 가운데 원부자재 값, 마케팅·연구개발(R&D) 비용 등이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복제 약값 인하가 시행되면 자체 개발 제품 비중이 작은 제약사들의 타격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 연구원이 경기도 기흥 중앙연구소에서 신약 실험을 하고 있다.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 연구원이 경기도 기흥 중앙연구소에서 신약 실험을 하고 있다. /유한양행 제공
해외 진출한 제약사만 승승장구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상장 제약사 70곳의 매출은 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8000억원 규모로 9% 감소했다. 당기순익은 25% 감소한 4500억원으로 집계됐다. 70개사 중 절반 이상인 39개사가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줄었거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판로를 뚫었거나 자체 개발 신약을 보유한 회사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 출시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올 상반기 매출 5563억원, 영업이익 3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154% 증가했다. 나보타는 미국 진출 첫 분기인 2분기에 매출 230만달러(약 28억원)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보령제약도 고혈압 신약 ‘카나브’가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올 상반기 매출이 24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8%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8억원으로 59.9% 늘었다.

한미약품은 아모잘탄패밀리, 로수젯, 에소메졸 등 개량 및 복합 신약 판매가 늘면서 실적이 꾸준히 상승세다. 올 상반기 매출이 5450억원으로 11.9% 뛰었고 영업이익도 6.2% 증가한 490억원을 기록했다. 자체 개발 제품의 비중이 90% 이상이어서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출시한 개량신약인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치료제 ‘텔미듀오’에 힘입어 올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 3372억원, 영업이익 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352.3% 늘었다. 리피토, 리리카, 쎄레브렉스 등 화이자에서 도입한 약물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유한양행 연구원이 경기도 기흥 중앙연구소에서 신약 실험을 하고 있다.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 연구원이 경기도 기흥 중앙연구소에서 신약 실험을 하고 있다. 유한양행 제공
기술수출에도 수익성 뒷걸음

올 상반기에는 상위사들의 ‘실적 쇼크’가 두드러졌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 성과를 낸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등의 영업이익이 악화됐다. 단계적으로 유입되는 마일스톤 규모가 적은 데다 일회성 단기 수익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다만 R&D 비용이 급증한 데 따른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는 비판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제약사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은 올 상반기 엉업이익이 6억7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급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굵직한 기술수출에 성공했지만 R&D 투자비가 늘었고 피임약 ‘센스데이’ 등 신제품 광고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JW중외제약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국내 제약사 매출 2위인 GC녹십자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21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25% 줄었다. 셀트리온은 연구개발비 증가와 직판 체제 구축, 미국 진출 준비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사례다. 셀트리온은 올 상반기 매출이 4567억원으로 10.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07억원으로 27% 줄었다.

업계는 지난 3년간 급성장한 국내 제약산업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지만 최근 수익성 면에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약이나 복제약 중심으로 영업하던 제약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신제품과 해외 진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