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개발업체 제넥신과 ‘유전자 가위’ 기술업체 툴젠의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쏟아지면서 합병에 ‘먹구름’이 끼었다.

제넥신·툴젠 합병 결국 무산되나
제넥신은 19일 코스닥시장에서 2200원(4.37%) 오른 5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툴젠은 이날 코넥스시장에서 4350원(8.85%) 상승한 5만3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접수를 마감한 양사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제넥신 6만7325원, 툴젠 8만695원)을 크게 밑도는 가격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 측에 적정가에 매수해 달라고 요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주식매수청구 결과를 전달받은 제넥신과 툴젠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제넥신·툴젠 합병 결국 무산되나
업계에 따르면 합병 결정 당시 두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간 합병계약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제넥신이 지급해야 할 매수금이 1300억원을 초과하거나, 툴젠이 내야 할 대금이 500억원을 초과하면 합병계약 해제가 가능하다. 제넥신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합병에 난관을 겪게 됐다”며 “합병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툴젠과의 협력관계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 주가는 지난 6월 19일 합병 발표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을 탔다. 합병 당시 6만6500원이었던 제넥신 주가는 20% 이상 떨어졌고, 툴젠도 8만1900원에서 5만원 초반대로 하락했다.

합병비율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지난달 30일 열린 툴젠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주주들의 지분율은 전체의 10%가 넘었다. 합병 결정이 외부 회계법인 등의 평가를 거치지 않고 양사 최고경영자(CEO) 간 전격 합의로 이뤄져 가치 산정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졌다. 신라젠 임상 3상 실패 등으로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

대표적 1세대 바이오벤처로 꼽히는 제넥신은 체내에 주입된 약물의 활성을 높이고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원천기술인 하이브리드에프시(hyFc)를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 성장호르몬, 유전자백신 등의 임상을 국내외에서 하고 있다.

툴젠은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이 기술은 살아 있는 세포의 특정 유전정보를 선택적으로 편집하는 것으로 희귀질환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두 회사는 면역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