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찾는 한국 여행객이 급감할 경우 일본의 직·간접 피해가 16조원에 육박하고 고용이 9만8000여 명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0.1%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행 보이콧' 일본이 더 큰 타격…"성장률 0.1%P 하락할 것"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일 여행절벽의 경제적 피해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해외 여행국으로 매년 대규모 여행수지 적자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해 166억5000만달러의 여행수지 적자 가운데 5분의 1가량인 34억달러가 대(對)일 적자다. 2013년까지만 해도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방일 한국인 관광객보다 많았지만 이듬해 역전되고 그 격차는 매년 벌어졌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 여행객은 사상 최대인 754만 명에 달했다. 한국을 찾은 일본 여행객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5만 명에 그쳤다.

한경닷컴의 뉴스래빗(newslabit.hankyung.com)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본 여행 열기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져 지난 6월 한 달간 61만1900명이 일본을 찾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 출국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로 2위인 베트남(31만4397명), 3위인 미국(19만8870명)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돼 일본 여행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수준에 그칠 경우 대(對)일 여행지출은 지난해의 51억7000만달러 대비 81.2% 줄어든 9억7000만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1년 사이에 75.1% 줄어들었었다”며 “일본에 대한 국민 감정이 크게 나빠진 점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 경우 일본의 관광·운송산업 등이 위축되면서 생산은 8846억엔(약 10조2547억원), 부가가치는 4558억엔(약 5조2772억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고용은 9만5785명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또 여행 감소 추세가 2020년에도 이어지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약 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가 0.9~1.0% 수준임을 감안하면 10%가량을 깎아먹는다는 얘기다.

연구원은 또 일본인이 한국 여행을 기피하면 우리나라의 여행 수입은 전년 대비 최대 39.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방한 여행객이 가장 적었던 2015년 수준을 가정한 것이다. 경제 성장률은 0.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 실장은 “양국의 여행 감소가 심화된다면 한국보다 일본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여행산업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한·일 간 외교경색 분위기가 민간 교류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김익환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