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터뷰…"국가간 약속으로 개인 청구권 부정못해" "日, 경제보복이 한일관계 회복불가능하게 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北·美뿐 아니라 일본도 동참시켜야"
와다 하루키(81·和田春樹)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12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를 비판하는 것은 일본 국민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내 대표적 한일관계 원로 연구자인 그는 광복절을 앞둔 이날 강원도 인제 만해마을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8월 15일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새로운 의미있는 발언이 나오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와다 교수는 제23회 만해대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광복절에 대해 "일본은 패전함으로써 전쟁국가에서 평화국가로 바뀐 큰 전환의 날이자 전쟁에 대해 반성한 날이며, 한국은 일본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날"이라면서 "하지만 오랜 기간 일본인은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고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에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와다 교수는 "일본은 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 전쟁의 시기에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 등 동아시아 여러나라 국민도 고통을 받았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와다 교수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을 담은 19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 2010년 간 나오토 총리 담화를 언급한 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에 소극적"이라고 했다.
2012년말 2기 집권 뒤 위안부 강제연행을 한층 부정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향해 돌진하는 아베 총리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담긴 언급으로 해석됐다.
와다 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25일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 등 사회지도층 78명과 함께 '한국이 적인가'라는 성명을 내 큰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가 한일 관계를 회복 불가능한 대립 관계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며 "경제 보복 조치를 비판하는 성명에 이어, 이에 동조하는 일본 내 서명자들 집회를 연 뒤 모금 활동을 통해 일본 신문에 의견 광고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올해 초부터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 문제"라며 "한국은 일본의 적이 아닌 이웃이고 협력해 나가야 할 상대라는 점을 일본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일본 조치에 분노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하고 일본 여행을 안가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것도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안된다"며 "양국이 문제가 있으면 서로 대화로 풀어야 한다.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마음이 양국에서 생긴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와다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노재팬', '노아베' 운동이 벌어지는데 대해 "일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노재팬'이나 '노아베'는 별 차이가 없다"며 "노재팬이나 노아베가 아니라 예를 들어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라든지, 화이트 리스트 제외라든지 구체적인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본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국가 간 약속에 의해 개인 청구권을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해를 받은 국민이 배상을 요구할 권리는 남아있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한 뒤 "그러나 개인청구권이 남아있다는 것이 곧바로 개인청구권에 따른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와다 교수는 "개인청구권은 살아있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는 국가와 사회가 역사적 경위를 토대로 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사법부의 판단은 중요하지만 정부는 외교적, 정치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한일 간에는 1965년 한일협정이 존재하고 50년 이상 이를 기초로 해서 한일관계를 유지했으며,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는 노력을 했다"며 "양국이 국민적 협력을 통해 이 문제(강제동원에 따른 한일간 경제 대립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북한을 둘러싼 정세와 관련해서 와다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의 대립으로 인한 전쟁 위기를 극복하고 남북관계를 강화해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큰 공적"이라며 "일본 국민도 이런 노력은 인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북한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북미관계 진전도 순탄치만은 않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한 정책을 바꿔서 평화를 만드는데 일본도 동조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이 미국과 북한만 상대할 것이 아니라 일본을 끌어들이고 일본이 함께 평화 프로세스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23회 만해대상 시상식 만해평화대상 수상자로서 그는 "만해 한용운 선생은 '님의 침묵' 시인이자 그 위대한 3·1 독립선언 '공약(公約) 3장'을 기초한 분"이라며 "만해 선생의 이름을 딴 평화상을 3·1 독립 선언 100주년 되는 해에 받게 돼 상이 갖는 무게를 깊이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3·1 독립선언은 일본 국민을 향한 조선 민족의 위대한 설득의 목소리였다"며 "그 목소리를 듣는다면 일본인은 변할 것이고,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까지와 같은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와다 교수는 "1995년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는 무라야마 담화 이후 일본의 역사의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일본 국민의식의 변혁은 이뤄졌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일본 국민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는 것이 일본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한국 정부가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