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부 "해양 훈련 일환으로 공해 수역 비행…국제법 준수" 주장
러 폭격기, 美·캐나다 방공식별구역 진입…美F-22 출격해 차단(종합)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 투폴례프(Tu)-95 전략폭격기 두 대가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 방공식별구역(ADIZ)에 무단진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8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성명을 통해 Tu-95 폭격기들이 이날 알래스카 서부 해안에서 200마일(약 322㎞) 떨어진 방공식별구역 경계선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NORAD는 미 공군 F-22 전투기 2대와 캐나다 공군 소속 CF-18 2대가 즉각 출격해 Tu-95들을 차단했다면서 "(러시아 폭격기들은) 알래스카 서쪽 국제 공역에 머물렀으며 미국과 캐나다 영공에는 진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이번 근접비행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복잡한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란 핵 문제,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분쟁, 핵통제 등을 둘러싼 심각한 이견 때문에 양국 관계는 냉전 이후 최악 수준으로 평가된다.

알래스카 해안 서쪽 국제 공역에서는 올해 1월과 5월에도 미국, 캐나다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러시아 폭격기와 전투기를 미국과 캐나다 전투기가 차단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1일과 6일에도 러시아 해상초계기 Tu-142 2대가 같은 공역을 비행한 바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등 20여개국이 설정하고 있는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에 접근하는 타국 군용기를 조기에 식별하고 대응하기 위해 설정하는 것으로, 국제법적으로 관할권이 인정되지는 않지만 대개 관할국의 허가를 받은 뒤 진입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 폭격기, 美·캐나다 방공식별구역 진입…美F-22 출격해 차단(종합)
미군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잠재적 위기 상황에 대한 자국군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가상적국에 대한 위력 시위 차원에서 이러한 비행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역시 러시아 해안 주변에서 가끔 유사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유럽 지중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Su-35 전투기가 미국 해군 초계기 바로 앞을 수차례 고속으로 비행하는 등 진로 방해를 해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날 러시아 폭격기들의 미국, 캐나다 ADIZ 진입과 관련해 러시아 국방부는 언론 보도문을 통해 "2대의 Tu-95MS가 '오케안스키 쉬트-2019'(해양 방어-2019)의 일환으로 베링해 상공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용기들이 베링해 공해 상공에서 10시간 이상을 비행했으며, 일정 비행 단계에서 미 공군의 F-22와 F-18 전투기들이 출격해 경계 비행을 펼쳤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러시아) 장거리 항공단 조종사들은 영공 이용에 관한 국제 규범을 철저히 준수하고 외국 국경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태평양·대서양·북극해·흑해 등의 공해 상공에서 정기적으로 비행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3일 중국 H-6 폭격기와 러시아 Tu-95 폭격기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군용기 5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A-50 1대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침범했을 때도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국제법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한국 공군은 F-15K와 KF-16 전투기를 출격 시켜 차단 기동을 펼침과 동시에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 쪽으로 경고사격을 하는 조처를 했다.

러시아의 해양 방어-2019 훈련은 발트해에서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진행되며, 군함 49척과 지원함 20척, 러시아 공군과 해군 소속 군용기 58대가 동원되고 1만630여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