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낮보단 밤 선호…축제·버스킹·백사장 영화관 즐길 거리 다채
요즘 피서 트렌드는 '낭만의 밤바다'…전국 152곳 야간개장
경남 진주에 사는 한모(37)씨 부부는 올해로 2년 연속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아 피서를 즐기고 있다.

'더운데 해수욕장에 왜 가느냐, 사람들이 북적여 힘들기만 하다'며 주변에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자신들만의 피서법이 있다.

푹푹 찌는 낮 동안에는 해변에 잠깐 들러 태닝만 즐긴 뒤 대부분의 시간은 호텔에서 '호캉스(호텔 바캉스)'를 하며 보낸다.

그러다 해가 넘어가고 기온이 한풀 꺾이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이맘때쯤이면 백사장을 가득 메웠던 인파도 빠져나가 움직이기도 한층 더 좋아진다.

한씨는 "야간 개장 기간 달을 보면서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면서 "밤에 해변 곳곳에서 벌어지는 버스킹을 보거나 호안 도로를 산책하고, 해변 포장마차나 펍에서 시간을 보내면 피서를 잘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씨처럼 한낮 폭염을 피해 밤에 피서를 즐기는 올빼미 피서 족들이 늘고 있다.

요즘 피서 트렌드는 '낭만의 밤바다'…전국 152곳 야간개장
올해 해운대해수욕장 야간 피서객을 빅데이터 방식(휴대전화 위치정보 이용)으로 집계한 결과 지난달 26일부터 열흘간 3만1천명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이 유달리 길었던 지난해에도 야간 방문객이 대폭 늘며 4만명에 달했다.

전국 해수욕장 가운데 올해부터 야간 개장을 시작하거나 개장 기간을 늘리는 사례도 잇따른다.

전국 270개 해수욕장 중 올해 야간 개장을 한 곳은 152곳이다.

강원도 속초시는 올해부터 동해안 92개 해수욕장 가운데 처음으로 야간 개장했다.

충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도 올해 첫 야간 운영 중이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올해부터 개장 기간을 이틀 더 늘린 17일간 운영한다.

요즘 피서 트렌드는 '낭만의 밤바다'…전국 152곳 야간개장
밤바다에서 즐기는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제주 서귀포 표선해수욕장에서는 15일 이색적인 야간 공연이 펼쳐지는 '서귀포 야해(夜海) 페스티벌'이 열린다.

31일 강릉 경포호수공원과 송정해변 8㎞ 구간에서는 밤바다를 걷는 행사도 준비됐다.

강원 삼척시에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부터 시작하는 '한여름 밤의 낭만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충남과 울산 해수욕장들은 야간개장 기간 매일 밤 공연장으로 변한다.

충남 만리포·대천해수욕장, 울산 일산해수욕장 상설무대에서는 인기가수 공연부터 비보이 대회, 주민 노래자랑, 평생학습동아리 한마당 등 날마다 다른 공연이 펼쳐진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영화관으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개장 기간 3차례 백사장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관객들은 백사장에 깔린 돗자리와 소파 위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도 280인치 규모 LED 전광판과 대형 음향 스피커가 준비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8시에 영화를 상영한다.

경남 거제 명사해수욕장에서도 지난 2∼6일 사이 바다 영화제가 열렸다.

포항 도심지와 접한 영일대해수욕장에는 필리핀 유명 관광지 보라카이에 포항의 포를 따서 만든 '포라카이'가 조성돼 야간 방문 명소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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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피서객 늘어난 만큼 쓰레기 무단투기를 비롯해 해변 폭죽, 무단 주차 등 무질서 행위도 골칫거리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 속초 해수욕장은 2억원짜리 대형 축구장 조명으로 해변을 대낮같이 밝히며 무단투기를 줄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충남 보령시 관계자는 "얼마 전 외부에서 폭죽을 구매해온 일부 피서객이 늦은 밤 터뜨려 다른 피서객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면서 "현장에서 폭죽 판매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어 해수욕장 내 폭죽 발사 행위는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차근호, 김근주, 이은파, 백나용, 손대성, 이해용, 이정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