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조찬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인간개발연구원 제공
지난달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조찬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인간개발연구원 제공
매달 첫 번째 목요일 오전 7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에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대학교수 등 100여 명이 모인다. 인간개발연구원(HDI)이 주최하는 조찬 공부모임인 ‘HDI경영자연구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바람의 딸’로 알려진 한비야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이 연사로 나서 세계 빈곤과 인권에 대해 강연했다.

‘인간 중심의 기업문화 창달’을 목표로 시작된 인간개발연구원의 조찬 세미나가 다음달 5일 2000회를 맞는다. 1975년 연구원 창립 44년 만에 의미있는 기록이 세워질 예정이다. CEO 대상 정기 세미나로는 국내 최다 개최 기록이다.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은 “다양한 주제로 포럼과 세미나를 열다 보니 ‘인간개발연구원에서 강의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명강사가 아니다’는 말이 생길 정도”라고 자랑했다.

2000회 조찬 세미나는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 인공지능(AI)에 달려 있다’는 주제의 대토론회로 열릴 예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축사를 하고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이 사회를 맡는다. 이광형 KAIST 부총장과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임영익 인텔리콘메타연구소 대표 등이 패널로 나와 4차 산업혁명 대처 방안과 AI의 역할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연구원 측은 “회원인 기업인들과 각계 전문가 등 3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 회장이 연구원을 설립한 1975년, 당시 기업인 사이에서 ‘인간 중심 경영’이란 말은 생소하기만 했다. 제품 생산량을 늘리기 바빴던 시절에 사람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인식을 지닌 기업인이 많을 수 없었다. 장 회장이 국내 최초로 민간 주도의 조찬 모임을 꾸린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기업인들에게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을 환기해줘야겠다는 다짐으로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44년 전 24명으로 시작한 조찬 모임의 회원은 현재 400여 명으로 늘었다.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갤럽연구소장 등을 지낸 장 회장은 HDI경영자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다. 초대 회장은 박동묘 전 농림수산부 장관이 맡았으며 제2~4대 회장은 주원 전 건설부 장관, 5대 회장은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 6대 회장은 이한빈 전 부총리로 이어졌다. 7대와 8대 회장은 각각 이규호 전 문교부 장관과 최창락 전 동력자원부 장관이 맡았다.

조찬 모임의 역사가 긴 만큼 연사들도 쟁쟁한 인사로 채워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고건 전 서울시장 등 정치계 거물을 비롯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병철 초대 하나은행장 등 경제 원로들이 연사로 나섰다. 최근엔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등도 연단에 섰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