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소차 핵심부품 조달 어려움…협력업체, 대체 수입선 확보 '발등의 불'
현대중, 대우해양조선 인수 전망 부정적…석유화학은 첨가·촉매제 공급선 타격 예상
日 백색국가 한국 제외…산업도시 울산 기업들 위기감 팽배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심사 우대국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으로 인한 수입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산업도시 울산이 큰 위기감에 빠졌다.

울산은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중화학공업이 주력인데다 수소경제를 미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일본에서 핵심 소재와 부품에 대한 수입이 막히면 기업운영에 큰 차질이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

日 백색국가 한국 제외…산업도시 울산 기업들 위기감 팽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그동안 대내외에 밝힌 대로 내연기관 부품 국산화율이 90% 이상이고 친환경차인 전기자동차나 수소연료전지자동차에 필요한 부품 소재는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대체 가능해 큰 문제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모기업이나 협력업체는 일본 등에서 수입하는 친환경차 핵심 부품 소재인 연료전지스택(전해질막, 기체확산층), 수소저장장치(탄소섬유복합체, 고압실링 소재), 수수공급장치(에어필터, 수소농도센서, 이온필터) 등은 국내 또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수입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울산시 연구기관은 수소차 핵심 기술인 수소탱크 제작에 필요한 탄소섬유는 일본 도레이사에서 수입했는데 추가 제재가 이뤄지면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부품 소재 외 생산 설비, 자동화 설비, 로봇, 정밀기계 등에 대한 일본 의존도 역시 높아 사태가 장기화하면 어떤 형태로든 피해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다만, 전기차나 수소차 관련 일부 부품 등은 일본 수입 비중이 높지만, 산업 규모가 작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자동차 협력업체도 부품 국산화가 잘 돼 있어 당장 타격은 없지만, 일부 부품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첨가제 등은 일본산 소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대체해야 한다.

그동안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 가격이 저렴하고 고급제품의 첨가제 등을 수입했으나, 중소기업 입장에서 다른 나라에서 일본산 수준의 첨가제를 대체 수입하려면 물류비용 상승으로 경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협력업체 중에는 이미 기계 부품의 일본 수입이 일시 중단되는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재 울산시와 유관기관에서 이 업체의 애로를 정부와 협의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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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분야에서는 선박 건조에까지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국내외 조선업계 최대 이슈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사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심사하는 여러 나라 중 일본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이토 유지 일본조선공업회 신임 회장이 올해 6월 19일 도쿄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각국의 공정 당국이 (기업결합을) 그냥 지켜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어 일본이 기업결합심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시기를 피하기 위해 일본에 신청하는 기업결합심사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조선해양기자재 기업들도 자동차만큼 국산화율이 높아 부정적인 변수는 없을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일부 부품이나 장비는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상당해 반드시 다른 수입선을 발굴해야 하는 고충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용 고전압 발전기나 전동기 제작에 필수인 메인 절연시스템은 일본 NRK사가 국내 시장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방폭형 폐쇄회로(CC)TV의 광학 부품, 가스 감지기 센서류 수입 비중도 높고, 비파괴 검사장비는 일본 올림푸스 장비가 35% 점유 중이다.

日 백색국가 한국 제외…산업도시 울산 기업들 위기감 팽배
석유 및 정밀화학 분야에서 울산 대표 석유화학 기업인 SK에너지와 에쓰오일 양대 회사를 비롯해 정밀화학 기업 등은 겉으로는 공장 가동에 어려움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한일 갈등 장기화를 매우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들 회사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이 어느 정도 규모이고, 수입이 차단되면 국내외에서 대체 가능한지 등 구체적인 부분은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각종 석유·정밀화학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첨가제나 촉매제 등 일부 핵심 소재는 일본 공급량이 적지 않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화학업계 대기업 공장장 출신 A씨는 "많은 기업이 싸고 품질 좋은 일본 첨가제나 촉매제를 다양하고 수많은 공정에 사용한다"며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일본산을 쓰지 못한다면 빨리 대체 수입선을 찾거나 국내에서 일본산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런 문제가 공장 가동 중단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일렌이나 톨루엔 등 일부 합성수지 기초 원료도 규제가 우려되지만, 그나마 국내 생산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한다.

日 백색국가 한국 제외…산업도시 울산 기업들 위기감 팽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발 무역 위기 속에 대기업보다 지역 중소기업 상당수는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불안감이 더욱 가증되고 있다.

울산시는 일본 수출규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이 공동 참여해 지역기업에 원스톱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소재와 부품 등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 대체와 다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대응 방안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7일 "현재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지역 주력산업에는 일본 수출 규제로 당장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보이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는 피해가 있을 수 있어 더욱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