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의 '구천동 공구시장상인회'를 이끄는 박명희 회장은 7일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며 일본제품 구매·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수원의 22개 전통시장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구천동 공구시장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에 형성돼 1970년대 산업화와 함께 번성했던 곳이다.
220년 전 정조대왕이 수원에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조선의 상인들을 불러 모아 만든 수원남문시장 9곳 가운데 하나로, 공구로 특화된 시장이다.
77개 점포에서 각종 기계류, 드릴, 절삭기, 용접봉, 압축기, 생활 공구를 판매한다.
공구 특화 시장이다 보니 일본산 기계 및 공구류를 많이 취급하는 이곳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우리 시장에서 공구류나 산업기자재 판매 비중이 50∼60%이고, 전반적인 공구류가 일본제품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일본이 정말 말도 안 되는 경제보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보다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상인회 집행부 회의를 열어 일본제품 구매·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번 주 상인회 이사회를 열어 회원 상인들에게 당장 손해를 볼지언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자고 설득할 생각"이라며 "대부분의 상인이 뜻을 같이하고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52년째 구천동 공구시장을 지키는 상인이기도 한 박 회장은 공구·기계류 부문에 있어 국산화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50년이란 세월 동안 우리 같은 사람들이 기계·공구류 국산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오늘날 일본의 경제보복 같은 일은 안 벌어졌을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서 국산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평소에도 소비자에게 국산제품 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제품보다 국산 공구류가 기술성능 면에서 조금 부족하지만, 지금은 국산 제품의 성능이 많이 향상됐다"라며 "일본제품보다 50∼60% 저렴한 부품값과 신속한 AS 등을 고려하면 국산제품을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국산품 애용을 당부했다.
구천동 공구시장 뿐 아니라 수원지역 전통시장들도 최근 일본제품 판매중단과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못골종합시장, 반딧불이연무시장, 매산로테마거리, 영동시장 등 4개 전통시장 상인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시장 입구에 일본제품 판매중단·불매운동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