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소년 청산리 역사 대장정단…일본제품 불매도 다짐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한 중국 뤼순 법원에 울려 퍼진 '애국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키로 결정하고 이틀 뒤인 지난 4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옛 뤼순 관동법원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뤼순 관동법원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가 일제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곳이다.

애국가를 부른 주인공은 항일 독립운동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역사탐방에 나선 대한민국의 '청산리 역사 대장정단'이다.

청산리 대첩 주인공 김좌진 장군의 고향인 충남 홍성에서는 매년 청산리 역사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에게 역사탐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로 10회째다.


올해 3·1운동 100주년과 내년 청산리 대첩 100주년을 기념해 이번에는 탐방 인원도 늘렸다.

청산리 역사 대장정단은 8박 9일간 탐방의 마지막 코스로 관동법원과 뤼순감옥이 위치한 다롄을 선택했다.

관동법원은 안 의사가 6차례 공판 끝에 일제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곳이다.

안 의사는 이곳에서 사실상 사형이 예정된 상황에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은 개인의 감정이나 충동적 울분 때문이 아니라 대의를 위한 것"이라고 당당히 답변했다.

법정 앞에 선 청소년들은 한국에서부터 준비한 애국가 음원을 틀었고, 이에 맞춰 당당하게 애국가를 불렀다.

일제 법관 앞에서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은 안 의사처럼 애국가를 부르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도 결연함이 느껴졌다.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한 중국 뤼순 법원에 울려 퍼진 '애국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으로 시작되는 후렴구에서는 눈시울을 붉히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관동법원을 관람하러 온 다른 한국인들도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천안 월봉고 2학년 윤태경 양은 "애국가를 부르는데 순간적으로 울컥했다"며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 곳곳을 돌아보며 우리가 힘을 키우지 않으면 또다시 외세의 침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윤 양은 이어 "대장정 중간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며 "현장에 있던 단원들 모두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기로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은 이어 안 의사가 사형집행을 당한 옛 뤼순감옥(현 뤼순감옥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안 의사는 하얼빈에서 뤼순으로 압송된 이후 사형집행까지 감옥 서쪽 독방에서 104일간 수감됐다.

이들은 뤼순감옥 안 의사 흉상 앞에서 독립군가와 애국가를 열창하며 다시 한번 독립의 뜻을 되새겼다.

홍성 홍주고 2학년 이창훈 군은 "선조들의 독립운동 현장을 돌아보며 그동안 한 번도 고민하지 않은 국가와 민족의 독립에 대해 생각했다"며 "짧은 기간 강행군으로 몸이 아주 힘들지만, 국가는 물론 나 자신의 독립과 자립을 생각하는 계기가 된 만큼 후배들에게 꼭 참여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한 중국 뤼순 법원에 울려 퍼진 '애국가'
지난달 26일 시작된 대장정에는 충남지역 청소년 80명과 지도교사 12명 등 모두 9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랴오닝성 단둥, 지린성 지안·옌지, 헤이룽장성 하이린·하얼빈 등을 찾아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선열들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우리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구려와 발해 유적지도 찾아 한민족의 뜨거운 기상을 체험했다.

매일 오전 6시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지난 4일 귀국해 충남 홍성 김좌진 장군 사당에 참배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장정을 이끈 조기준 단장은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책으로 배우는 역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역사를 가르치자는 생각에 청산리 역사 대장정을 기획하게 됐다"며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를 인식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