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무상교육 등 당면 과제에 교육감 비협조 가능성
교육감들 결국 "신뢰관계 재검토" 선언…교육정책 제동 우려
전국 시·도 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문제를 이유로 교육부와의 신뢰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포하면서 교육청의 협조가 필요한 다수의 교육 정책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7일 오후 협의회 임시총회를 진행한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로 제시된 고교 체제 개편 등을 교육부가 이행하지 않고 사문화시켜 깊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리과정 대란 속에서 교육감들은 큰 고통을 감내했는데, 그럼에도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위해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며 "교육감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교육부와의) 교육자치 정책 협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라고 주장했다.

김승환 협의회장(전북도교육감)은 모두발언에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부동의 결정은 어느 한 지역의 문제만으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 "협의회와 교육부 사이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다른 교육감들도 김 회장과 뜻을 같이해 교육부와 신뢰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면서, 11월 경북에서 열릴 다음 총회에서는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달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이 상산고를 자사고에서 지정취소하겠다고 요청한 데 대해 절차적으로 위법했다면서 부동의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상산고는 자사고 지위를 5년 더 유지하게 됐다.

이에 전북교육청이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 파트너를 잃은 것"이라며 강한 비난조의 입장을 내면서 김 협의회장 주도로 교육감들의 반발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교육감협의회 임시총회 결과 우려는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당장 2학기 개학 직후 2차 파업 가능성이 큰 학교 비정규직 문제부터 교육감들이 교육부에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 비정규직 처우 문제는 교육감들이 사용자로서 교섭 당사자인데, 교육감들은 예산 한계를 이유로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반면 교육부는 파업 등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쪽은 교육청들에 전향적인 처우 개선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터라, 교육부는 자사고 문제로 등을 돌린 교육청과 '파업 카드'를 손에 쥔 학교 비정규직 사이에 낀 채 난감한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교육청이 절반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한 고등학교 무상교육 재원 문제도 교육청이 돌연 비협조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교육청들은 교육부 방침에 처음에는 "대통령 공약이니 정부 예산으로 하라"며 반발했으나, 교육부의 거듭된 설득 끝에 유감 입장만 공표하고는 올해 하반기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중·고교 공기정화장치 연내 설치, 학교 공간혁신 시설 개선, 기초학력 보장 등 교육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 대부분 교육청 협조가 필요하다.

교육계에서는 내년에 교육청들이 나머지 자사고에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까지 재지정 평가 도마에 올릴 예정인 탓에, 올해부터 미리 으름장을 놓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에는 상산고처럼 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에 교육부가 부동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선전 포고라는 해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 자치 (확대) 속도가 더딘 것에 교육부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은 갖고 있다"면서 "교육 정책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협의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