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도, 먹지도, 사지도 말자", '보이콧 재팬' 현수막도 내걸어
[한일 경제전쟁] 합천 원폭 피해자·단체도 日 규탄 한목소리
6일 경남 합천에서 제74주기 원폭 희생자 추도식이 거행된 가운데 원폭 피해자와 관련 단체 회원들이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원폭 피해자 2세 모임인 원폭피해후손회는 원폭 피해자 위패가 모셔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앞에 '일제 불매운동에 동참합니다.

가지 말자, 먹지 말자, 사지 말자, 팔지 말자', 'BOYCOTT JAPAN'(보이콧 재팬)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지난 5일 내걸었다.

이 현수막 근처에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내용의 다른 현수막도 내걸었다.

후손회 측은 일제 전범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판결에 일본이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 명단 제외 등 보복에 나서자 현수막을 걸기로 결정했다.

원폭 2세 환우 쉼터인 합천평화의집 이남재 원장은 "과거사 문제는 물론이고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도 우리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 불매운동과 일본에 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2세 피해자 모두가 똘똘 뭉쳐 힘을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일 경제전쟁] 합천 원폭 피해자·단체도 日 규탄 한목소리
8살 때 일본 히로시마에서 부모님과 함께 원폭 피해를 겪었다는 이부열(82) 할아버지는 "일본이 못된 일을 많이 했다"며 불매운동 취지에 공감했다.

추도식장 안팎에서 원폭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체 회원들의 일본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원폭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인 가칭 세계비핵평화공원 추진위원장 자격으로 추도식에 참석한 문규현 신부는 "원폭 투하 책임은 미국에 있고, 식민 지배와 강제징용에 대한 중대한 책임은 분명 일본에 있다"며 "그런데도 일본은 강제징용과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반성보다는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최지원 합천평화의집 고문은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나라를 빼앗긴 무수한 생명이 유명을 달리하고 고통받았음을 다시 생각한다"며 "우리는 지금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며 사죄는커녕 경제침략을 자행하는 일본 행태를 직시하고 한민족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70%가량이 합천 출신이어서 '한국의 히로시마'라고도 불리는 합천에는 이 밖에도 식당 업주 등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항의하며 내건 일제 불매운동 동참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