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15% 안팎인데 한국은 40%대다. 일본이 수출규제 카드를 꺼냈다고 ‘우리도 수출을 막겠다’는 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외교·통상·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한·일 간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는 흥분하지 말고 일본에 추가 빌미를 주지 않도록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일본이 한국을 견제해 이득을 보려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한국 정부 역시 국내 정치용으로 접근하면서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일본의 전의만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빼는 시행령이 시행될 때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며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압류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번 사안은 통상이 아니라 외교 문제”라며 “외교적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쪽이 무역분쟁을 벌이면 둘 타 타격을 받지만 한국 수출기업들이 받는 충격이 더 크다”며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유예해주는 정도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일본과의 갈등 국면은 앞으로 1~2년 동안 이어질 장기전 양상이 됐다”며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정밀기계, 정밀화학 분야의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맞보복이 계속 반복되면서 산업 전체에 악영향이 번지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일본이 추가 조치할 명분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난전을 자제하고 물밑 접촉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일본이 강제징용 확정판결 등 외교 문제를 들고 경제로 전선을 확대했는데 한국도 경제 쪽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한국이 화이트리스트 맞대응 카드를 꺼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재길/성수영/김익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