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평화의 소녀상(사진) 전시가 결국 중단됐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박찬경, 임민욱 작가는 소녀상 전시 중단에 항의하면서 트리엔날레 사무국에 자신들의 작품도 철거해달라고 요구했다.

4일 오전 10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한쪽의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섹션 입구에는 사람 키보다 높은 임시벽이 출입을 가로막았다. 경비 인력 3명과 직원 1명이 그 앞을 지키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평화의 소녀상을 보기 위한 관람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 곳이다.

해당 전시 섹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해 그동안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작품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개막 사흘 만인 지난 3일 전시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트리엔날레 개막 이틀째인 2일 소녀상 전시와 관련해 “(전시회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정밀 조사한 뒤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기획전의 실행위원(운영위원)들은 전시 중단 조처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나고야지방법원에 곧 제출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시인, 소설가 등 1000여 명이 가입한 국제펜(PEN)클럽 일본센터(일본펜센터)도 전날 항의성명을 통해 “창작과 감상 사이에 의사소통하는 공간이 없으면 자유의 기풍이 위축된다”며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언급한 것에 대해 “헌법에서 금지한 ‘검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