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들의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낼까.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변호사협회(IBA) 연차총회에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의 참석여부를 놓고 법조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BA 서울총회에는 전세계 로펌 대표와 파트너 변호사 등 모두 6000여명이 참석하는 초대형 국제 이벤트로 치러질 예정이다.

4일 법조계에서 따르면 IBA 서울총회 조직위원회는 문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문 대통령이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찾는 수천명의 외국 법조인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다. 조직위는 K팝 콘서트, 봉은사 경내 산책 등의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전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상징성으로 치자면 문 대통령의 등장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조직위가 문 대통령에게 기조연설을 부탁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만약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수락하면 2013년 일본 도쿄 총회 이후 7년만에 국가 수반이 개최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기조연설은 일반적으로 개최도시 시장이나 전직 국가수반이 해왔다. 변호사 자격은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도 갖고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일정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대안은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기조연설을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변호사는 물론 세계 각국 정부 공무원과 규제 관계자, 대기업 임직원 등 6000여명이 참석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중심으로 인권과 법률산업 등을 주제로 200여개 세션이 열린다. 각 세션 주제 발표자 및 패널 선정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개최국 이점을 살려 이번에 패널으로 나서는 한국인 변호사 수는 역대 최대 규모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손도일 율촌 변호사는 “그동안 실력에 비해 다소 저평가 받던 한국 변호사들이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식 행사 이외에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마련된다. 당초에는 리셉션을 영동대로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거리 페스티벌 형식으로 열려고 했으나 안전과 비용 등의 문제로 장소가 코엑스 앞 광장으로 대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IBA 서울총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정환 광장 변호사는 “IBA 참석자들은 각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변호사들”이라면서 “이들이 각자 나라로 돌아가 고객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 국내 투자가 늘어날 수 있기에 우리나라의 매력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변호사들 초청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들에게 항공료나 숙박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UN 제재 위반 소지가 있어 당초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 같은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되고 현재 북한 측의 답변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