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중거리미사일 아시아 배치 원해"…中과 고강도 패권 다툼 예고
美의 韓 배치 검토 여부에 촉각…동북아 안보지형·북미협상 여파 주목
INF탈퇴 즉시 中겨냥 중거리미사일 꺼낸 美…안보로 확전 불가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미국이 곧바로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공식화하며 중국을 겨냥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과의 무역갈등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안보갈등으로 전선을 본격 확대하는 모습이다.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안보 지형에 몰고 올 여파와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를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배치 시점에 대해 더 길어질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몇 달 내를 선호한다"고 했다.

배치 예상 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동맹 등과의 논의에 달려있다고 부연했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하루 만에 미 국방수장의 입을 통해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가 공식화한 것이다.

미국의 INF 탈퇴 자체가 러시아의 조약 위반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지만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전력 증강에 대한 대응 차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의 반응과 관련해 "중국 (미사일) 보유고의 80% 이상이 중거리 시스템이고 우리(미국)가 비슷한 능력을 갖추고 싶어한다는 것이 그들(중국)을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군비 경쟁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INF 조약에 묶여 중거리 미사일 개발이 공식적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중국은 자유롭게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증강해왔고, 변화한 안보 지형에서 중국을 견제할 대응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일 미국이 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하자마자 중국을 아우르는 새로운 합의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중국 압박에 나섰다.

INF탈퇴 즉시 中겨냥 중거리미사일 꺼낸 美…안보로 확전 불가피
중국도 가만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 외교부 차원에서 미국의 INF 조약 탈퇴에 대해 깊은 유감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했고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미국이 중국을 INF 탈퇴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계속되는 무역 협상으로도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미·중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로 전선을 확대하며 군비경쟁에 기반한 강도 높은 패권 다툼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배치 지역으로 어디를 택하느냐에 따라 갈등 양상이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괌에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일본과 한국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당장 9일 한국에서 열리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에스퍼 장관의 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수 있어 주목된다.

회담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구성 등 쉽지 않은 사안들이 줄지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NYT는 이날 보도에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가 중국은 물론 북한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연계시키며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선 가운데 미국의 이런 행보를 문제 삼으며 협상 재개에 변수로 활용할지 관심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