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군비경쟁 촉발…新전략무기감축협정이라도 지켜야"
고르비 "美 중거리핵전력조약 폐기하면 국제안보 혼돈"(종합)
미국과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공식 폐기를 예고한 가운데, 조약 체결 당사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은 미국이 INF 공식 탈퇴를 예고한 2일(현지시간) 자국 인테르팍스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INF 폐기는 전략적 안정성 원칙 파괴와 새로운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행보는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과 혼란스러운 전개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조약 효력 중단이 국제사회에 이로울 리 없으며 이 행보는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안보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약을 살리는 데 있어) 우리 파트너들(미국)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전략적 안보에 타격이 가해졌음이 분명해졌다"면서 "이제 글로벌 전략 안보의 마지막 보루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발표들로 볼 때 이 조약의 운명도 불확실하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고르바초프는 지난 1987년 당시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과 사거리 500∼5천500km 사이의 지상 발사 중·단거리 핵미사일의 개발, 생산, 배치를 금지한다는 INF 조약에 서명한 바 있다.

이 조약은 미·소 군비 경쟁을 끝내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르비 "美 중거리핵전력조약 폐기하면 국제안보 혼돈"(종합)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러시아의 INF 의무 위반을 이유로 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지상 발사형 순항 미사일인 9M729(나토명 SSC-8)를 개발해 배치함으로써 INF 조약을 위반했다면서, 8월 2일을 INF 조약 탈퇴 예정일로 통보했다.

반면 러시아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500km 미만이어서 INF 조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미국이 조약을 탈퇴하면 똑같이 맞불을 놓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INF 탈퇴 선언 이후 러시아가 조약 참여를 중단하고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그러면서도 미국이 선제적으로 배치하지 않는 한 모든 지역에 중거리 지상발사 미사일 배치와 관련한 '모라토리엄'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INF가 금지했던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진행하겠지만 미국이 미사일을 먼저 배치하지 않는 한 러시아도 개발에 성공한 같은 종류의 미사일들을 우선하여 배치하지는 않겠다는 주장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INF 참여 중단 법률에 최종 서명했고 법률은 같은 날 발효했다.

INF 조약과 함께 미·러 핵통제 질서를 지탱했던 New START의 운명도 최근 불투명해지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국의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21년 만료되는 이 협정의 갱신에 최근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