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인건비와 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타낸 나랏돈 12억여원을 빼돌린 전직 서울대 교수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대 교수 한모씨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한씨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34억여원을 받아 이 가운데 27억여원만 실제로 지급하고 7억여원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한씨는 제자들을 연구사업에 참여시켜 인건비와 연구장학금을 받아냈다. 하지만 석사 과정 제자들에게 80만~93만원을, 박사 과정 학생들에게는 140만~150만원의 인건비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돌려받아 공동 운영경비로 사용했다.

그는 연구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 이름을 허위로 올려 인건비 총 5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이렇게 가로챈 돈의 일부는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한씨 범행은 3년 이상 6년 이하 징역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법원이 한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등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일각에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가 양형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으나 일선 법관들의 준수율은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