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뒤에도 무려 17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미국의 한 재소자가 자유의 몸이 됐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법원은 지난 22년간 수감돼 있던 존 밀러(44)의 청구를 받아들여 그를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석방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진범 자백 후에도 17년이나 더 옥살이한 美남성 석방돼
밀러는 1996년 필라델피아의 한 기차역 인근 주차장에서 한 남성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2년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그의 범행을 입증할 만한 물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목격자'를 자처한 진범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초기 거짓 진술이 증거로 채택됐다.

범인 윌리엄스는 그후 양심의 가책을 느껴 예심에서 한 거짓 증언을 스스로 뒤집었으나,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밀러에게 유죄 평결을 했다.

윌리엄스는 2002년 억울한 누명을 쓴 밀러의 어머니에게 자신의 위증을 뉘우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이 편지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 힘들다"며 "당신의 아들은 이 범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밀러 측은 항소했으나, 법원은 윌리엄스가 증언을 철회하거나 범행을 자백한 점이 믿을 만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진범 자백 후에도 17년이나 더 옥살이한 美남성 석방돼
결국 밀러는 억울한 수감자를 돕는 단체인 '펜실베이니아 이노센스 프로젝트'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로부터 8년여가 지나서야 석방될 수 있었다.

필라델피아 검찰과 밀러 측 변호인은 당시 기소에 결함이 있고 유죄 판결도 번복돼야 한다는 것에 합의했다고 AP는 전했다.

교도소 문을 나서 가족과 재회한 밀러는 "꿈 같다"며 스테이크도 먹고 조카와 동물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