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 기한에 이견…콘테 총리 참석 아래 벌인 담판도 실패
살비니, 언론 인터뷰선 "이대로 가기 어렵다" 연정 붕괴 암시

'앙숙 관계' 伊 두 실세 부총리 이번엔 사법개혁 놓고 정면충돌
주요 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는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두 실세 부총리가 이번에는 사법개혁 이슈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이탈리아 연정의 내분이 시간이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2일(현지시간)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지난달 31일 주세페 콘테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사법 이슈의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놓고 담판을 벌였으나 끝내 의견 접근을 하지 못했다.

회의의 쟁점은 형사 재판 기한의 단축 여부였다.

오성운동 소속 알폰소 보나페데 법무장관은 형사재판 기한을 9년에서 6년으로 단축하는 안을 내놨으나, 살비니 부총리는 실효성이 담보되도록 추가 단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형사 재판이 지나치게 늘어지면서 범법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판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회의에서 재판·판결에서 오점을 남기거나 재판을 끄는 판사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당일 오후 3시에 시작됐으나 여러 차례 파행 끝에 자정 넘어서야 종료됐다.

담판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면서 서로를 비난하는 양측의 설전도 이어졌다.

'앙숙 관계' 伊 두 실세 부총리 이번엔 사법개혁 놓고 정면충돌
살비니 부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오성운동 측이 내놓은 안은 아무런 내용도, 쓸모도 없다.

우리는 이 안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질세라 디 마이오 부총리도 "이번 개혁안은 획기적인 것"이라면서 "아무도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이 정부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모든 당사자에게 정치적인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살비니 부총리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살비니 부총리가 이날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지면에 실린 인터뷰에서 조기 총선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공개돼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살비니 부총리는 토리노-리옹 간 고속철도(TAV) 건설 사업 등 오성운동과 반목하는 핵심 정책들을 언급하며 "오성운동이 더 대담하고 용기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용기를 가져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성운동과의 정책적 이견이 지속할 경우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끝내고 총선을 다시 치를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현지 언론들은 향후 며칠 간 두 부총리의 행보가 연정 유지와 파국 사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