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이상 고액체납자, 여권 없더라도 출국금지 가능해져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본인 출금 여부 인터넷으로 확인
'슬그머니 출국' 제2의 허재호 막는다…여권없는 체납자도 출금
앞으로 5천만원 이상 세금을 체납한 고액 체납자는 여권이 없더라도 정부가 출국금지 조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황제노역'으로 논란을 부른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처럼 출국금지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외국으로 나가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법무부는 출국금지 사유가 있는 경우 여권이 없어도 출국금지 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1일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고액체납자에게 여권이 없는 경우 출국금지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다 보니 고액체납자들이 출국 당일 긴급여권을 발급받아 외국으로 달아나버리는 일이 생겼다.

긴급여권은 일회용(단수여권)으로, 여권 기간 만료·분실·훼손, 사업상 급히 출국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 공항에서 바로 발급해주는 여권이다.

허재호 전 회장의 경우 여권 기간 만료 이후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된 상태에서 2015년 7월 여권을 새로 발급받아 바로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국세청은 허 전 회장이 양도세·증여세 등 국세 63억원을 탈루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6억8천만원에 고의성이 있다며 허 전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이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린 상태였다.

참고인 중지는 중요한 증인을 찾지 못해 수사를 계속할 수 없다는 취지의 처분이다.

검찰은 차명 주식을 판 뒤 발생한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5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조세포탈)로 지난 7월 뒤늦게 허 전 회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허 전 회장은 아직 뉴질랜드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고액체납자가 여권을 발급받아 바로 해외로 달아나는 걸 막기 위해 '출국 금지는 대상자가 유효한 여권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한다'고 명시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조항(6조3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온라인으로 출국금지 조회가 가능하도록 한 조항도 담겼다.

지금은 출국금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본인이 직접 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가야 하는데, 홈페이지(하이코리아)에서 본인인증을 통해 출국금지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크루즈 승객에게 'QR코드형 관광상륙허가서'를 발급해 출국 절차를 간편하게 하는 방안도 담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