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징용배상' 대법판결…첫 공개 비판한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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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日의 확정판결 무시
신의성실·공서양속 원칙 등
추상적 이유로 판결 뒤집어
"내가 판결해도 1,2심과 같아"
신의성실·공서양속 원칙 등
추상적 이유로 판결 뒤집어
"내가 판결해도 1,2심과 같아"
현직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공개 반박해 법조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현직 판사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공개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김태규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8기·사진)는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징용배상판결을 살펴보기’라는 제목으로 원고지 103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올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2건을 조목조목 따졌다. 해당 판결은 이춘식 씨(95) 등 4명이 2005년 제기한 징용 피해 배상 소송에 대한 것이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대법원은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고등법원은 신닛테쓰스미킨(현 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줘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김 부장판사는 “내가 재판을 했더라도 1심·2심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마 대부분의 판사도 기각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김 부장판사는 소멸시효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일본과 국교가 회복된 1965년 이후 50여 년이 흘렀다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은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으며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문서가 2005년에 공개됐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이 소멸시효를 늘려줬는데 이런 논리가 확장되면 소멸시효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일본제철의 피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하다고 봤다. 그는 일본제철이 당시에 징용을 했던 회사로 보기 어려운데도 공서양속(공공질서 미풍양속) 위반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무리하게 책임을 지웠다고 주장했다. 일본제철이 피해배상을 피하기 위해 이름만 바꿨다는 식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 부장판사는 헌법을 기반으로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내려진 원고들의 패소 판결을 국내에서 인정해주지 않은 것도 법을 임의로 다룰 수 있게 하는 여지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을 두고 대법원이 개인의 청구권이 남아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 한·일 양국과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에 관해 어떤 주장도 불가 등의 협정서 내용을 명시하며 법률가가 아니라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김태규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8기·사진)는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징용배상판결을 살펴보기’라는 제목으로 원고지 103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올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2건을 조목조목 따졌다. 해당 판결은 이춘식 씨(95) 등 4명이 2005년 제기한 징용 피해 배상 소송에 대한 것이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대법원은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고등법원은 신닛테쓰스미킨(현 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줘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김 부장판사는 “내가 재판을 했더라도 1심·2심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마 대부분의 판사도 기각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김 부장판사는 소멸시효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일본과 국교가 회복된 1965년 이후 50여 년이 흘렀다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은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으며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문서가 2005년에 공개됐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이 소멸시효를 늘려줬는데 이런 논리가 확장되면 소멸시효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일본제철의 피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하다고 봤다. 그는 일본제철이 당시에 징용을 했던 회사로 보기 어려운데도 공서양속(공공질서 미풍양속) 위반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무리하게 책임을 지웠다고 주장했다. 일본제철이 피해배상을 피하기 위해 이름만 바꿨다는 식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 부장판사는 헌법을 기반으로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내려진 원고들의 패소 판결을 국내에서 인정해주지 않은 것도 법을 임의로 다룰 수 있게 하는 여지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을 두고 대법원이 개인의 청구권이 남아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 한·일 양국과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에 관해 어떤 주장도 불가 등의 협정서 내용을 명시하며 법률가가 아니라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