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기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연구원.(사진=최혁 기자)
조명기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연구원.(사진=최혁 기자)
고령화·저금리 시대의 경제학은 '은퇴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10~20년이 아닌 30~40년간 지출해야 할 노후자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예·적금 등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자산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감안 시 사실상 '마이너스 투자'다.

<한경닷컴>은 노후준비의 비법을 듣기 위해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조명기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연구원(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노후 위험보장과 은퇴준비에 대한 연구 및 교육을 담당 중인 조 연구원은 "안전자산의 일부를 투자자산으로 옮겨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자산 증식에 나서야 한다"라고 입을 뗐다.

◆자산 일정비율, 투자자산에도 배분하는 것 '중요'

조 연구원은 노후자금 저축수단으로 원금손실 우려가 거의 없는 안전자산에만 자금을 배분할 경우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넘는 자산증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산의 일정 비율은 투자자산에도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산 배분비율에 대해 외국에서는 흔히 '100-현재 나이 룰'을 이야기한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안전자산만을 보유해야 한다고 느끼는 나이에서 현재 나이를 뺀 비율만큼 투자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80세 이후에는 안전자산만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30세에는 자산의 50%, 40세면 40%를 투자자산에 배분할 수 있다. 금융산업 환경이나 개인의 위험회피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본인 관점에서 투자에 할애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이 길다면 투자자산의 보유비율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조 연구원은 "자산의 일정비율을 투자자산에 할애한 경우에도 투자대상, 투자기간, 투자지역, 통화 등을 고려한 자산 분산을 통해 개별 종목들이 가진 위험, 이른바 비체계적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다"며 "다만 이때도 분산투자만으로는 시장상황 등에 의한 체계적 위험을 줄일 수 없으므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은퇴 후에는 투자손실 시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자금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저금리가 계속되기 때문에 물가상승에 의한 자산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려우며 투자를 너무 회피할 경우 자칫 장수 리스크에 빠질 우려도 있다. 장수 리스크란 어렵게 저축한 은퇴자산의 수명이 본인의 생물학적 수명보다 짧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조명기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연구원.(사진=최혁 기자)
조명기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연구원.(사진=최혁 기자)
조 연구원은 은퇴 후에도 어느 정도 안전한 투자를 위해서는 은퇴자산을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노후 생활비 중 의식주와 관련된 필수 생활비에 충당할 자산은 예금이나 종신연금 등 가장 안전한 상품으로 확보해 두고 여행이나 취미활동 등 부가적인 생활비에 충당할 자산중에서도 향후 10년 이내에 활용할 자산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서 운영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화폐가치 하락으로 너무 먼 미래의 명목상의 보정금액은 의미가 적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연초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2019년 중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4%로 예상했다. 물가상승률을 매년 1.5%로 잡고 20년 후 1억원의 현재가치를 계산해보면 7500만원정도 된다. 생각보다 가치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 과거 물가상승률이 10%대를 넘던 시절의 생각으로 미래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 연구원은 "저금리 시대에 은퇴 전 노후자산 축적 속도를 높이기 위해 또 은퇴 후 자산의 수명을 좀 더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 투자에 무관심할 수 없다"며 "다만 그 때 그 때 적절한 리스크 회피 방법에 유념하면서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축이나 보험가입을 어느 정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본인의 은퇴시기와 예상 수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저축금액을 생각해 보면 65세에 은퇴하고 95세까지 살 것 같다고 할 때 기본적으로 은퇴 후 30년 전후 동안 고갈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생활비가 은퇴시점에 목돈으로 저축돼 있어야 한다.

조 연구원은 "앞서 든 예를 약간 변형해 65세 은퇴 시점에 3억원이 있고 물가상승률 2%, 수익률 4%를 가정해 은퇴 첫 해에 은퇴자산의 4%인 1200만원을 생활비로 활용하고 차년도부터는 물가상승률만큼만 반영한 금액을 매년 인출하면 65세 시점의 실질가치 월 100만원을 계속 활용하면서도 30년 후인 95세까지도 자산고갈 없이 소득을 인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4%룰이라고 하는데 역으로 생각해 만약 본인의 은퇴 후 필요생활비가 국민연금 외 은퇴시점 가치로 월 100만원 수준이라면 은퇴시점까지 최소한 3억원은 모아야 한다"며 "현재의 저축플랜이 적정한다면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되지만 만약 부족하다면 현재의 지출을 줄여 저축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은퇴준비, 연령대별로 다르게 해야

조 연구원은 각 연령대별로 은퇴준비를 다르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2030 시기에는 체계적인 지출 관리를 통해 소득에서 지출을 뺀 잉여자금을 효과적으로 마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 잉여자금을 저축해 각종 목적자금 마련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30은 학자금 대출 상환, 결혼자금 준비 등 당면한 재무적 과제가 있어 먼 미래를 위한 노후자금 저축에는 소홀히 하기 쉽지만 사회진출 초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노후자금 저축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이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외에도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적격개인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을 활용해 노후자금을 저축해야 한다"며 "결혼으로 가족이 생기게 되면 정기사망보장이나 종신보험을 들어두고 실손 보험과 암 보험 등 건강보장자산까지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40대가 되면 주택마련, 자녀교육자금 등 돈 쓸 일이 많아지지만 소득도 가장 높은 시기이므로 본격적으로 노후자금을 축적해야 한다. 조 연구원은 "은퇴준비를 위해 가입하는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보험상품의 경우에도 상품 내부에서 투자자산 운용이 가능한 상품이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해 전체적인 투자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40대에는 투자에 실패해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가장의 역할이 큰 시기이므로 만약 종신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보험료가 약간 부담되더라도 들어두는 것이 현명하다"며 "중요한 시기에 보장을 확보해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으며 무사히 은퇴하게 되면 종신보험의 현금가치를 활용해 노후에 부족한 생활비나 의료비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50대가 되면 은퇴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노후 예상수명과 예상 생활비를 감안해 은퇴 시점에 얼마큼의 자금이 축적돼 있어야 할지 가늠해봐야 한다. 은퇴가 몇 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은퇴자금 부족액이 예상된다면 지출을 줄여 저축액을 늘리거나 은퇴기간을 뒤로 미루거나 주직장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해 부족한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는 부족자금을 빨리 보충하기 위해 위험자산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투자에 실패해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명기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연구원.(사진=최혁 기자)
조명기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연구원.(사진=최혁 기자)
55세 이후 퇴직금 등을 수령해 심사숙고 없이 자녀 결혼비용, 주택구입자금 등 목돈으로 지출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은퇴자금 목적으로 저축한 자금은 오직 은퇴자금으로만 활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 연구원은 "과거 가입해둔 종신보험이 있다면 보장을 계속 유지하다가 노후 생활비나 의료비 등 부족자금 발생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건강보장 측면에서는 기존 보장에 추가로 노인성 질환이나 요양비용을 대비해 별도보장 수단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가입이 효과적이다. 평균수명은 30년 전인 1989년에는 71.2세였으나 2019년에는 83세로 12세나 증가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30년 후인 2049년에는 88세까지 증가한다고 하니 100세 보장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질병이 없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은 2012년 65.7세에서 2016년 64.9세로 오히려 약간 줄어든 반면 의료기술의 고도화와 간병제도의 발달로 아프면서도 오래 사는 기간을 포함한 평균수명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수명이 늘면서 노후 요양기를 경험할 가능성도 높아진 만큼 100세까지 보장되는 건강보험을 들어두고 여유가 되면 간병보험이나 치매보험까지 별도로 준비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