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흑당이다.

유행하는 음식이 떴다 사라지는 현상이 잦은 우리나라에서 대만에서 건너온 흑당이 요즘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소비 트렌드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매체인 인스타그램에는 흑당과 관련한 해시태그를 달고 있는 게시물이 18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눈에 띄게 매장 수가 늘어나는 흑당 음료 전문점에 줄이 길게 늘어선 광경이나 관련 상품 구매 뒤 찍은 인증샷이 주된 내용이다.

[SNS 세상] 인스타 점령 흑당…대만 카스텔라처럼 '순삭' 안되려면
음료 시장에서 시작한 흑당 열풍은 다른 식품으로도 번져 '흑당라떼 샌드위치'(GS25), '흑당밀크티 호떡', '흑당 파르페'(SPC삼립) 등 변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음식의 등장을 즐기면서도 회의적인 반응도 내비친다.

트위터에서 봄*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흑당 음료 열풍은 과연 몇개월 갈 것인가"라고 했고, 회사원 김병철(27)씨는 "새로운 음식이 나왔다는 것은 좋다.

그러나 하나의 붐이다 보니 곧 사라질 것 같다"고 평했다.

특정 음식의 열풍은 흑당이 처음은 아니다.

벌집 아이스크림, 치즈 등갈비, 연어 무한리필 전문점, 쌀핫도그 등 단일 품목을 파는 음식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어느 순간 매장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현상은 자주 눈에 띈다.

이중 유행 아이템 흥망성쇠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대만식 카스텔라. 일각에서는 '흑당의 미래 역시 대만 카스텔라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 식품위생업소 현황 통계에 따르면 '카스테라'(카스텔라의 오기)라는 상호를 달고 서울에서 영업한 적이 있는 요식업소는 122곳으로 이들 중 다수가 대만식 대형 카스텔라 전문점을 표방했다.

이들 가게의 영업 시작 시기를 보면 2016년인 곳이 49개점, 2017년은 52개점으로 전체의 83%에 이른다.

인기가 시든 이후인 지난해와 올해 개업한 곳은 각 한곳씩에 불과했다.

이 중 현재까지 영업을 하는 38곳을 제외하고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한 84개점 가운데 한 방송사 프로그램이 대만식 카스텔라에 식용유를 과다 사용한다는 보도를 한 20017년에 문을 닫은 곳이 56곳에 달했다.

[SNS 세상] 인스타 점령 흑당…대만 카스텔라처럼 '순삭' 안되려면
카스텔라 전문점이라는 업태가 2016∼2017년 들불처럼 유행했다가 외부 악재가 터지자 한꺼번에 연약하게 무너져내린 것이 통계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이다.

대만식 카스텔라 전문점이었다가 식빵 판매를 겸하는 형태로 업종 전환을 시도한 서울 성북구의 N 제과점 관계자는 "식용유 파동이 나고 한동안 견디기 힘들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맹점을 살릴 방안으로 유행을 별로 타지 않으면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인 식빵으로 품목 전환을 제안해 그나마 살아남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유행이 붐처럼 일어나면 너도나도 뛰어들어 과열 경쟁을 하다 보니 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파이의 양이 급격히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양모(27)씨 역시 "최근의 흑당 열풍을 보면 저러다 과당 관련 기사가 뜨면 다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고, 임모(28)씨는 "기존 음료 메뉴에 흑당 아이템이 추가되어 판매하는 것은 다양성 차원에서 좋지만 한가지만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은 좀 걱정된다"고 말했다.

[SNS 세상] 인스타 점령 흑당…대만 카스텔라처럼 '순삭' 안되려면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정지현 선임연구원은 "유행하는 아이템의 경우 프랜차이즈를 통해 쉬운 창업이 가능한 탓에 '따라 하기 창업'이 급속히 증가할 수 있다.

너무 빠르게 많은 곳에서 동일한 메뉴를 판매하다 보면 유행이 끝났을 때 줄줄이 폐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자영업을 생각하는 이들은 준비 없는 따라 하기 창업을 지양해야 하고, 유행 아이템으로 창업하더라도 나름의 경쟁력과 특별함을 갖춰야 한다"면서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택할 경우라면 실제로 음식점을 운영해 본 적이 있어 경영 능력을 갖춘 가맹업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음식 소비에서 지나치게 유행을 좇는 소비자 경향은 음식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주시에서 프렌치 레스토랑과 영국식 티룸을 운영하는 김정환 쉐프는 "비슷한 콘셉트의 음식점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은 업주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팔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향에 유행만 좇아 단기간에 이익을 내려 하는 사회 분위기가 더해져 생겨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외식업 문화가 진정한 발전을 이루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