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종목 출신 김 코치, 양예빈에게 트랙 종목 전향 권해
김은혜 코치 "지도자가 아닌, 선수가 잘할 수 있는 걸 해야죠"
20대 김은혜 코치와 '신성' 양예빈의 만남…한국 육상의 희망
트랙 밖에서 양예빈(15·계룡중)과 김은혜(29) 코치는 친한 선후배처럼 보인다.

젊은 지도자 김은혜 코치는 중학생 제자의 눈높이를 쉽게 맞춘다.

김 코치는 양예빈이 훈련에 지치면 "예빈아, 조금만 참고해 보자. 방탄소년단(BTS) 만나게 해줄게"라고 달랜다.

하지만 때론 어른스럽게 양예빈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준다.

양예빈은 "(김은혜) 선생님이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목표를 점점 높게 세운다"고 했다.

양예빈과 김은혜 코치는 29일 값진 선물을 받았다.

양예빈은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자 중학교 400m 결선에서 55초29의 한국 여자 중학생 신기록을 세웠다.

1990년 김동숙이 작성한 55초60을 29년 만에 바꿔놨다.

김은혜 코치는 "생각보다 기록이 좋았다.

예빈이가 잘 뛰어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20대 김은혜 코치와 '신성' 양예빈의 만남…한국 육상의 희망
양예빈에게 김 코치는 평생의 은인이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김 코치의 권유로 육상에 입문했다.

첫 종목은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였다.

양예빈을 지켜보던 김 코치는 중학교 1학년 때 트랙 종목 전향을 권했다.

김 코치는 "예빈이는 한 번의 기회를 살리는 걸 좋아한다.

6번의 시기에서 최고 기록이 그날 성적이 되는 도약 종목은 성격상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또한, 근력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순간적으로 힘을 주는 도약 종목을 계속하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라고 종목 전향을 택한 심리적, 신체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김 코치는 현역 때 멀리뛰기, 세단뛰기 선수였다.

고교 시절에는 전국대회 입상권이었고 실업팀에도 입단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일찍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김 코치는 "지도자가 아닌 선수가 잘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예빈이가 트랙 종목에서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종목 전향을 권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라고 했다.

김 코치는 양예빈이 트랙 종목에 전념하면서, 자신도 트랙 종목에 대한 연구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트랙을 달리기 시작하면서 양예빈은 또래 중 가장 돋보이는 선수가 됐다.

김 코치는 "예빈이는 집중력이 엄청나게 강한 선수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라며 "아직 성장기라서 근력이 조금 약하다.

신체 좌우 균형이 잘 안 맞는 약점도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지도자가 선수와 함께 노력해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양예빈이 400m를 주 종목으로 택한 것도 김 코치의 영향이 컸다.

김 코치는 "예빈이는 도약 종목을 할 때도 지구력이 좋았다.

지구력을 갖췄으니 리듬과 스피드만 살리면 400m에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떠올렸다.

20대 김은혜 코치와 '신성' 양예빈의 만남…한국 육상의 희망
육상 트랙 선수들은 400m를 '가장 고통스러운 종목'으로 꼽는다.

속도 조절을 할 틈이 없이 꽤 긴 시간을 전력으로 달려야 한다.

당연히 훈련은 고되다.

양예빈이 훈련 때문에 힘들어하면 김 코치는 다정한 언니로 변해 후배를 달랬다.

마침 기록이 급격하게 향상하면서 달리는 재미까지 얻었다.

김 코치는 "사실 예빈이가 중학교 1학년 초반까지는 밝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기록이 단축되면서 지금처럼 밝은 청소년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양예빈은 "선생님과 훈련하면 힘들긴 한데, 결국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양예빈은 이미 '스타'다.

같은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다가와 사진을 요청할 정도다.

5월 전국소년체전 여자 1,600m 계주에서 충남 대표팀 마지막 주자로 나선 양예빈은 50m 이상 앞서던 선수를 역전해 20m 정도 격차를 벌리는 무서운 질주를 했고, 이 영상이 널리 퍼졌다.

20대 김은혜 코치와 '신성' 양예빈의 만남…한국 육상의 희망
'계룡 육상 여신'이란 별명을 얻었고, 양예빈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갑작스러운 관심은 어린 선수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양예빈은 이런 관심을 의욕으로 승화했다.

김은혜 코치는 "혹시라도 예빈이가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예빈이는 오히려 자신을 향한 관심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훈련도 열심히 했다.

정말 기특하다"로 했다.

김 코치도 샛별을 발굴한 젊은 지도자로 육상계에 이름을 떨쳤다.

그는 양예빈과 자신이 받는 관심이 청소년 육상 전체로 번지길 기원한다.

김 코치는 "이재웅(영동고), 이재성(덕계고) 등 중고교에 유망주들이 많다.

열심히 하는 모든 선수에게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