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투자 유치 '셀렉트 KOREA' 구상할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박2일의 짧은 방한 기간에 한국 기업인들과 만났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이름까지 호명하며 미국에 투자한 데 감사를 표했다. TV 중계로 본 그 모습이 필자에겐 낯설지 않았다. 지난달 만난 미국 투자담당 최고위급 관료 윌버 로스 상무장관의 모습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셀렉트(Select) USA 투자서밋’은 2013년부터 미국 정부가 주최하는 최대 투자유치 행사다. 올해는 지난달 10~12일 워싱턴DC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79개국 1200명의 기업인이 운집하고, 미 정부 주요 각료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 로스 상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참석해 강력한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한국 기업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역대 최대인 98명의 기업인이 참여해 대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셀렉트 USA에 참가한 해외 기업들이 발표한 대미(對美) 투자 액수는 1036억달러(약 120조원)에 이른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외국인직접투자 유치국인 미국의 투자유치 행사는 어떻게 다를까.

첫째, 해외 투자자 맞춤형 정보 제공이다. 기업인이 가장 솔깃해할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부터 제시한다. 연방정부세·주세 등 복잡한 과정을 세무·회계 전문가가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인력 문제의 해법도 제안한다. 기업별 희망직능에 따라 주(州)경제개발청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물론 현지 노무 관련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주정부가 진출 희망 지역의 인구통계 정보를 분석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기업은 연령, 성별 등을 미리 파악하고 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

둘째, 대부분의 주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올해는 총 49개 주가 참여해 각자 부스를 통해 주별 진출환경 정보를 제공했다. 정보 수집을 위해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야 할 번거로움이 없다. 49개 투자청과 다수의 주지사, 상·하원 의원들이 모이기 때문에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참여 기업의 기업 간 거래(B2B) 프로젝트도 연계 가능하다. 서밋에는 미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해외 업체들이 많이 참석한다. 신규 투자자들은 그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조인트벤처 설립도 가능하다. 주경제개발청은 미국 기업과의 협력 파트너십도 주선해준다.

서밋은 해가 갈수록 흥행이 잘된다고 한다. 핵심적인 성공 비결은 정부의 기업 친화적인 마인드다. 로스 상무장관은 한국 기업인들을 향해 연신 “생큐(Thank you)”를 외쳤다. 롯데, SK 등 국내 기업의 투자 사례를 기회가 될 때마다 언급했다. 미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을 예우하고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올 상반기 한국 경제는 6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고 지난 10년 내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중 1분기 국내 유입 외국인직접투자가 심상치 않다. 해외로 나가는 투자가 45%가량 급증한 반면 국내 유입 설비투자는 17.4%나 감소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로 정보기술(IT)산업도 인정받고 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우리 경제는 다시 도약에 나서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예산을 써가며 ‘개인플레이’를 하는 대신 한국판 범정부 투자유치 프로젝트인 ‘셀렉트 코리아(Select KOREA)’를 구상하면 어떨까. 해외 투자유치와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유치 행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