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담배 밀수 사건에 대해 발생 6일 만에 사과했다. 반년 앞으로 다가온 총통 선거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28일 빈과일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차이잉원 총통은 전날 오후 기자인터뷰에서 담배 밀수와 관련해 사과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차이 총통 순방에 동행한 국가안전국(NSB·국가정보원 격) 직원이 총통의 국빈 방문 시 화물에 대한 세관 검사가 생략되는 점을 이용해 대규모로 면세 담배를 밀수하려다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차이 총통은 지난 25일 이번 밀수 사건을 '오랫동안 누적돼 왔던 악습'이라 담배를 '초과 구매'했다고 표현해 거센 반발을 샀다.

유력 대선주자인 원저 타이베이 시장은 총통부가 새로운 국어사전을 편찬하고 있다며 '밀수'를 '초과 구매'라고 해석한다면 앞으로 부정부패는 '국민을 위한 서비스 비용'이 되겠다고 비꼬았다.

차이 총통은 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듯 '초과 구매'라는 단어를 '불법 밀수 담배 사건에 연루된'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철저한 조사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총통부는 이미 보직 해임된 전 시위장(경호실장)인 장제 중장이 포함된 4명의 장성과 3명의 상교(대령) 등 7명을 관리 감독 부실을 이유로 각각 중징계 및 경징계를 내린 2차 징계명단을 발표했다.

차이 총통의 사과에 대해 쩡밍쭝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하는 사과라며 "전혀 반성하는 태도도 아니며 능력도 없다"고 비난했다.

파문이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연합보는 민진당의 한 관계자가 이번 담배 밀수 사건이 2020년 대선의 민진당 재집권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중국국민당(국민당)은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해 2020년 대선 후보로 한궈위 가오슝 시장을 공식 지명했다. 한 시장은 수락 연설에서 '중화민국(대만)을 수호하는 전쟁이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며 2020년 대선에서 "색깔이 아닌 방향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