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악화로 입원한 뒤 사망…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 맡아
'아랍의 봄' 튀니지 첫 민선 대통령 에셉시, 92세로 별세(종합2보)
'아랍의 봄' 발원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향년 92세.
튀니지 대통령실은 이날 에셉시 대통령이 수도 튀니스의 군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튀니지 총리실도 7일 동안 애도기간을 선포하며 축제와 다른 행사를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에셉시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현직 대통령으로 통했지만 최근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컸다.

외신은 에셉시 대통령이 지난 한 달 사이 세 차례나 병원에 입원했었다고 전했다.

에셉시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나흘 만인 지난 1일 퇴원했지만, 지난 24일 밤 건강악화로 다시 입원한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튀니지 헌법상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국회의장이 임시로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모하메드 엔나세우르 튀니지 국회의장은 이날 국영 텔레비전에서 연설을 통해 헌법에 따라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 된다며 튀니지 국민에게 단합을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에셉시 대통령의 사망 이후 튀니지 정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P통신은 에셉시 대통령의 사망이 새 권력을 잡기 위한 투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치 분석가 이브라힘 우스라티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에셉시 대통령의 서거로 튀니지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튀니지에는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에 오르는 것을 명확히 규정한 헌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에셉시 대통령은 세속주의 성향의 정치인으로 2011년 '아랍의 봄' 시민혁명을 거쳐 2014년 12월 대선 결선에서 승리한 뒤 4년 반 넘게 통치했다.

특히 그는 튀니지가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다.

그러나 당선 직후 권위주의적 구체제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26년 태어난 에셉시는 프랑스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변호사가 됐고 튀니지 독재 정권 당시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프랑스에서 독립한 튀니지의 첫 대통령 하비브 부르기바가 30여년 간 장기 집권할 당시 국방장관, 내무장관, 외무장관 등 고위직을 맡았다.

'아랍의 봄' 여파로 2011년 권좌에서 물러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 체제에서는 국회의장을 지냈고 2011년 2월~12월 임시 총리로 활동했다.

2012년에는 세속주의 정당 니다투니스(튀니지당)를 창당한 뒤 급진 이슬람 세력에 대항하며 서민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에셉시는 오는 11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욕심이 없다는 뜻을 밝히며 젊은 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튀니지는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국가 중에서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꼽힌다.

아랍의 봄은 튀니지의 한 20대 노점상이 2010년 12월 지방정부 청사 앞에서 막막한 생계를 호소하며 분신자살한 사건으로 촉발된 민중봉기를 말한다.

튀니지 국민은 2011년 1월 거리시위를 통해 20년 넘게 장기 집권한 독재자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했다.

그러나 튀니지는 15%나 되는 높은 실업률과 물가 급등, 테러로 인한 관광산업 침체 등 경제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에는 공공근로자들이 정부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을 하기도 했다.

'아랍의 봄' 튀니지 첫 민선 대통령 에셉시, 92세로 별세(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