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몸에서 생존 위해 보내는 신호…방치 땐 질병 될 수 있죠"
“20~30년 전에는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암성통증 환자, 난치성 통증 환자를 주로 치료했습니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최근에는 근골격계 환자가 많아졌죠. 통증을 줄이기 위한 비수술치료인 신경 차단, 미세침습시술 등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박학수 이대서울병원 통증센터장(마취통증의학과 교수·사진)은 “단순히 아픈 곳을 아프지 않게 신경만 차단하는 것은 통증센터의 역할이 아니다”며 “환자의 통증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시술 중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증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만 주입한다는 것은 통증의학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라며 “요즘은 신경차단술 등이 개발돼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통증 환자를 치료하는 통증의학 명의다. 국내외 관련 학술지 편집·심사위원을 맡으며 대한통증학회 서울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를 전공한 의사들은 대부분 수술을 위한 마취 환자와 통증 환자를 함께 본다. 이 때문에 통증 분야 치료만 집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박 센터장은 통증 환자만 본다. 그만큼 통증 치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박 센터장은 척추까지 암세포가 전이돼 침대에 누워 발도 뻗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하던 환자에게 처음으로 골시멘트 성형술을 했다. 이후 환자는 앉아 식사하고 방사선 치료도 받았다. 암과 함께 주변 임파선을 떼어내 다리가 퉁퉁 붓는 임파부종 환자에게 교감신경치료를 해 부기를 빼는 시술을 국내 처음 시도했다. 이후 서울대병원 등에서도 이 시술법을 도입했다. 박 센터장은 “통증치료는 신경계를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한 시술에도 영구 마비 등 후유증이 생길 위험이 크다”며 “교감신경에 대해 잘 아는 의사에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 있도록 응급장비를 갖춘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통증센터를 찾는 환자들은 주로 어떤 환자인가.

“크게 근골격계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암성 통증 등으로 구분된다. 근골격계 통증 환자는 디스크 탈출증과 척추협착증 등 척추 기인성 통증,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 등 어깨 통증, 퇴행성 무릎 관절염 등을 호소하는 환자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대상포진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 당뇨병성 신경병증성 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이다. 암 치료 과정이나 전이 때문에 통증을 호소하는 암성통증 환자도 통증센터에서 치료한다.”

▷통증을 질환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새롭다.

“통증은 몸에서 생존을 위해 보내는 신호다. 인체에 문제가 있으면 신호를 보내 질병을 발견하고 치유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 감각이다. 통증을 방치하면 통증이 증상을 넘어 질병이 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통증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원인이 없어진 뒤에도 통증이 지속적으로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만성 통증이라고 한다.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 장애까지 유발한다.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

▷통증치료는 결국 스테로이드 치료라는 인식이 크다.

“잘못된 생각이다. 당뇨 환자나 고령 환자가 많기 때문에 전신에 영향을 주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면 자칫 혈당이 급격히 높아지는 증상이 생길 위험이 크다. 가능한 한 꼭 필요한 환자에게 쓰려고 노력한다. 통증 치료를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소량 쓰면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크지 않다. 시술법이나 주사 치료로 주입하는 약제 종류와 용량을 다르게 하면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주사 치료를 할 수 있다. 일부 신경차단술은 스테로이드를 주입하지 않아도 스테로이드를 주입했을 때보다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주사 치료 후 혈당 상승 걱정이 많은 당뇨 환자, 류머티즘 환자, 면역기능 저하 환자 등도 환자에게 맞는 다양한 주사제 치료를 할 수 있다. 통증의 정도, 양상, 전신 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고 적당한 양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척추질환자도 통증센터를 많이 찾는 추세다.

“비수술 치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통증센터를 찾는 환자도 늘었다. 꼬리뼈에 내시경 기구 등을 넣어 의사가 눈으로 보면서 들러붙은 부분을 떼어주고 염증과 붓기를 가라앉히는 내시경신경성형술을 많이 한다. 골다공증 등으로 뼈가 무너지는 환자에게 구조물을 살려주는 골시멘트 성형술도 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비수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도 있다. 이런 환자들을 선별해 수술과로 보내는 것도 실력이다. 마취통증학과 의사도 진단을 잘 해야 하는 이유다. 통증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환자 스스로 좋은 자세를 유지하고 식습관을 바꾸고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