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양측이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부터 입장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란 고위 인사들이 미국과의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연이어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이 “이란과의 논의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16일(현지시간) 알리레자 미리요스피 유엔주재 이란대표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이란의 미사일은 어떤 국가, 어느 인사와도 협상할 일이 전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같은날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백악관 각료회의 중 “이란이 처음으로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한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란의 대화 가능성 시사는)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실질적으로 막을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미국과 이란간 협의에 대해 낙관론을 내놨다. 그는 “최근 긴장 완화를 위해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이란도 대화를 원할 것이니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과 함께 협의할 것이고, 도울 수 있는대로 이란을 도울 것”이라며 “미국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란은 미국을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 정권을 약화하기 위해 대이란 경제제재로 이란 국민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미 대통령부터가 ‘미국은 이란과 군사적 전쟁이 아니라 경제적 전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며 “경제적 전쟁은 군사전과 달리 민간을 곧바로 겨냥해 피해를 주는데, 이것이 바로 테러리즘”이라고 했다.

인터뷰 진행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말은 인정하나”라고 묻자 자리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미 행정부에 전쟁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전쟁광’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답했다.

미국과 이란은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 문제를 두고 1년 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날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양국간 입장이 크게 엇갈리자 미국과 이란 간 적정한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소재 중동연구소의 랜다 슬림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이 이어가는 이 춤판은 안무가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과 이란간 갈등 관계가 원유 시장 불확실성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연구소장은 “이란은 현상을 유지하며 버티기엔 힘든 상태”라며 “이란에 남은 선택지는 대화에 나서거나 상황을 더욱 도발하는 것인데, 이때문에 원유시장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