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헌트 "재무·내무·외무·국방 등 '톱 4' 자리 중 하나에 여성 기용"
1929년 이후 내각 기용된 여성 45명에 그쳐
英 보수당 새 내각 출범 임박…여성 각료 늘어날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후임 선출이 임박하면서 새 내각 구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여성 각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터라 새 내각 구성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보수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과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은 전날 토론회에서 모두 여성 정치인을 중용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헌트 장관이 먼저 이른바 '톱 4' 요직으로 불리는 재무장관, 국방장관, 내무장관, 외무장관 중 하나에 보수당 여성 하원의원을 임명하겠다고 밝히자 존슨 전 장관 역시 동의했다.

앞서 존슨 전 장관은 지난주 선거유세에서 보수당이 여성을 고취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닉 볼스 의원은 가디언에 새 총리는 고위직의 성별 균형을 약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후보가 '톱 4' 자리 중 하나만 여성으로 채우고 마치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라면서 ""그들 둘 다 남성이다.

즉 그들은 가장 중요한 다섯 자리 중 하나만 여성으로 채우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심인가? 지금은 2019년이다"라고 강조했다.

여성인 앰버 러드 고용연금부 장관 역시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더 많은 여성 각료가 내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에서부터 성별 균형이 개선되지 않으면 직장에서 여성의 삶이 충분히 대변될 수 없다는 것이다.

러드 장관은 "더 많은 여성이 정치와 기업, 금융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의 가장 큰 도전으로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러드 장관은 존슨 전 장관이 새 총리로 선출될 경우 계속해서 내각에 중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러드 장관은 그동안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Brexit)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새 총리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재협상하기 위해서는 '노 딜'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英 보수당 새 내각 출범 임박…여성 각료 늘어날까
존슨 전 장관은 그동안 자신의 내각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노 딜' 브렉시트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가 하원 도서관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영국에서는 1929년 이후 45명의 여성만이 내각 각료에 임명됐다.

마거리 대처 총리는 1979년 첫 내각을 꾸렸을 때 자신 외에는 모두 남성으로 채웠다.

11년의 대처 총리 시절 기간 재닛 영 하원 원내대표가 유일한 여성 각료였다.

1990년 존 메이저 총리가 첫 내각을 구성했을 때는 여성이 없었다.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1997년 첫 내각을 남성 18명, 여성 5명으로 구성했고, 2007년 뒤를 이은 고든 브라운 총리는 남성 19명, 여성 9명으로 내각을 출범시켰다.

다시 보수당으로 정권이 넘어온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내각은 남성 26명, 여성 5명으로 시작했다.

메이 현 총리는 2016년 남성 20명, 여성 7명으로 첫 내각을 꾸렸다.

여성 각료는 지난해 8명으로 늘어났다가 현재 다시 7명으로 줄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