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의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SK실트론 총수익스와프(TRS) 발행어음 거래에 대해 금융당국 제재가 확정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사안을 SK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 조사로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TRS는 증권사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가 주식을 매입하면서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은 계약자에게 귀속시키는 파생상품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5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한투증권 발행어음 불법 대출 제재안을 올린 금융감독원 측은 ‘일감몰아주기 회피 거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서 동일인이 20% 이상 주식을 소유한 비상장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라며 “그런 것을 회피하기 위해 (SK실트론 주식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TRS 구조를 통해 매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한투증권과 삼성증권은 SK실트론이 SK에 매각된 2017년 SPC를 세워 우리은행 등 채권단 보유 지분(29.4%)을 인수하도록 하는 TRS 계약을 최 회장과 맺었다. 금융당국은 최 회장과의 TRS 거래를 ‘개인 신용공여’로 보고, 기업어음에만 활용해야 하는 발행어음을 빌려준 한투증권에 대해서만 제재했다. 이 과정에서 SPC 보유 지분을 사실상 실소유주인 최 회장 지분으로 간주했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20% 초과)에 해당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지분 직접 매입이 아니라 SPC를 통해 파생계약을 맺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사가 계열사 등과의 내부거래 금액이 연 200억원을 웃돌거나 전체 매출의 12% 이상을 넘기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SK실트론은 지난해 SK하이닉스 등과 3582억원어치 내부거래를 했다. 작년 매출(1조3362억원)의 약 26.8% 규모다.

하지만 실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최 회장 실소유가 인정되더라도 SK실트론이 SK하이닉스 등과 반도체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춘 만큼 일감몰아주기 제재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가 수직계열화를 통한 거래 효율성 제고 목적에서 이뤄졌을 경우 과징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