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이저, 호가든 등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맥주 제조업체 AB인베브가 아시아태평양 사업부문 ‘버드와이저 브루잉 APAC’의 홍콩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4일 보도했다.

AB인베브는 당초 홍콩증시 상장을 통해 98억달러(약 11조55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는 올 5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81억달러를 공모한 우버를 넘어 올해 최대 IPO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AB인베브는 상장 철회 이유로 “시장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예상보다 낮은 투자 열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홍콩에선 최근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등으로 금융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 간 금리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홍콩증시 자체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청약 자금을 대출받으려는 투자자들이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AB인베브는 주당 40~47홍콩달러를 공모가로 책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부 기관투자가가 이 공모가가 너무 높다며 주당 40홍콩달러 이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B인베브는 1000억달러를 웃도는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홍콩증시 상장 기회를 다시 모색할 계획이다.

AB인베브뿐 아니라 최근 홍콩증시에선 상장을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홍콩 최대 재벌 리카싱 일가가 보유한 CK허치슨그룹 산하 제약업체 ‘허치슨 차이나 메디테크’도 지난달 홍콩증시 상장을 준비했다가 연기했다. 앞서 물류·부동산개발업체인 ‘ESR 케이먼’도 “시장 상황을 이유로 홍콩증시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