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스타트업 밀어주는 우리銀 '오픈API 플랫폼' 열다
우리은행이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지원을 위한 ‘오픈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개발자 포털’을 공개했다. 오픈 API란 특정 업체가 보유한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해 누구나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 보유한 각종 금융 데이터를 핀테크 업체와 연계해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의도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개발자를 위한 ‘오픈API 플랫폼’ 홈페이지를 열었다.

대출, 환전신청, 해외송금, 이체 등 우리은행이 보유한 각종 API를 공개하고, SDK(소프트웨어 개발도구 모음)와 개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우리은행은 홈페이지와 별도로 글로벌 개발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도 오픈API 샘플 코드를 공개했다. 관련 블로그를 운영해 개발자들이 더욱 쉽게 API를 활용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금융권에 최근 ‘오픈API’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국민은행은 홈페이지에 30여 종의 API를 공개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50여 개 핀테크 업체에 API를 제공했다. KEB하나은행, JB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등도 오픈API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기능을 해 다량의 금융정보를 갖고 있는 금융감독원도 지난 5월 2만2000건의 정보를 오픈API 방식으로 공개했다.

몇년 전만 해도 각 금융사는 데이터를 회사의 고유한 자산으로만 인식했다. 핀테크 업체 개발자들은 자산의 서비스와 금융사 데이터를 연계하기 위해 일일이 데이터 공개를 요청해야 했다. 하지만 핀테크 업체들이 속속 성과를 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고, 각종 아이디어의 결합 및 확산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오픈API를 이용해 개발된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면 은행과 별도 계약을 맺어야 한다. 우리은행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뱅크’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위비뱅크를 고객 플랫폼을 넘어, 핀테크산업을 키우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위비뱅크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오픈뱅킹’ 기능을 추가했다. 위비뱅크를 핀테크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로 활용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 데이터를 꽁꽁 숨겨두고 사업화해보려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민한 조직문화를 가진 스타트업과의 협업과 데이터 연계만이 미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