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놓고 정부와 갈등 빚은 중앙은행 총재 해임이 주요 원인
S-400 미사일 반입에 따른 미국과의 갈등도 우려
피치, 터키 신용등급 'BB-'로 강등…"중앙은행 독립성 우려"
미국 신용평가업체 피치가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피치는 13일(현지시간)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장기)을 기존 'BB'에서 '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BB'와 'BB-' 등급은 모두 피치의 신용평가 체계에서 '정크', 즉 투기등급에 해당한다.

피치는 더글러스 윈즐로 애널리스트 이름으로 낸 성명에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는 환경에서는 예측이 어렵다"며 "대통령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주말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라트 체틴카야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한 것은 이미 취약한 국내 신뢰를 해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는 터키에 필요한 외국인 투자를 위태롭게 할 수 있으며 경제 성과가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터키 정부는 지난 6일 임기가 9개월가량 남은 체틴카야 총재를 해임하고 무라트 우이살 중앙은행 부총재를 총재로 임명했다.

터키 최대 일간 휘리예트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여당 의원·당직자 비공개 모임에서 중앙은행 총재 교체는 금리 인하 요구에 저항한 탓이라고 직접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치, 터키 신용등급 'BB-'로 강등…"중앙은행 독립성 우려"
터키는 지난해 8월 미국인 목사 투옥과 관세 갈등 등으로 대미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리라 폭락사태를 겪었다.

이에 터키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체틴카야 총재 주도로 기준금리를 6.25%포인트 높은 24%로 급격히 올렸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같은 고금리에 공공연하게 불만을 토로했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에 압박을 가해왔다.

피치는 S-400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반입으로 심화한 미국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전날 터키는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 S-400 미사일의 1차분을 인도했다.

그간 미국은 터키가 S-400을 도입할 경우 F-35 개발 프로그램 배제는 물론 경제 제재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피치는 "이 같은 제재는 직접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작은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