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일본도 ‘체벌금지법’ 가결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일 프랑스 상원에서는 자녀의 체벌을 금지하는 체벌금지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프랑스는 그간 부모의 자녀 체벌에 대해 관대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등의 자녀 체벌 금지 요구로 지난해 10월 하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이 공포되면 프랑스를 포함해 56개 국가에서 부모의 아동 체벌이 금지된다. 이 법이 통과된 다음날 유럽평의회는 “체벌금지법의 통과를 환영한다”며 “자녀 체벌은 아동에 대한 폭력 중에서도 가장 널리 퍼져있는 형태로 아이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며, 신체적·정서적으로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에는 일본도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본도 예의범절을 가르친다는 이른바 ‘시쓰케(仕付)’ 문화 명분으로 부모의 자녀 체벌이 용인돼 온 나라였다. 그러나 일본 참의원은 지난달 19일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인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 개정안은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부모의 ‘징계권’ 다룬 민법 개정 검토 프랑스와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부모의 자녀 체벌 자체가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가 지난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민법이 허용하는 친권자(부모)의 자녀 징계권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민법에서 징계권을 다룬 조항은 915조로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서술돼 있다. 여기서 ‘징계’에는 그간 체벌이 포함됐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민법상 보장된 부모의 징계권이 결국 아동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가정과 학교 등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국제구호개발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민법 915조는 부모가 자녀의 신체를 훼손할 수 있는 여지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대표적인 문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민법상 부모의 징계권을 인정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일본에서도 지난달 아동학대방지법을 개정하면서 민법의 징계권 조항을 어떻게 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아동학대 76%, 부모가 가해자”
국제적으로 부모의 아동 체벌을 금지하는 추세로 가고 있지만 국내 여론에서는 “체벌이 자녀 교육상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상당하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시행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체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76.8%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CBS의뢰)가 지난 5월 24일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후 전국 19세 이상 성인 6808명 대상으로 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도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민법 개정에 대해 반대 응답은 47.0%로 찬성 응답(44.3%)보다 더 높았다. 50대 주부 A씨는 정부의 민법 개정안 검토 계획에 대해 “무턱대고 자녀의 체벌을 금지하기 앞서 정부가 훈육과 폭력을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편 자녀 체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상당수가 부모라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7 전국 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 중 76.8%가 부모에 의해 발생했다. 이중 친부모가 73.3%였다. 보고서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학대는 이후에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만성적인 학대가 될 수 있다”며 “경미한 수준의 학대라도 학대가 다시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해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