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멕시코 재무장관의 '좌파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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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재무장관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며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카를로스 우르수아 재무장관은 지난 9일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며 장관직을 내던졌다.
그는 트위터에 “진영을 막론하고 모든 경제정책은 다양한 효과를 고려해야 하고 극단주의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데, 이 정부에서는 그런 면모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타당한 근거 없는 정책을 남발하고 명백한 이해상충이 생기는데도 주요 보직에 자격 없는 사람을 앉히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고교 학비 전액 지원, 노년층 생계비 지급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다.
멕시코는 지난해 대선에서 89년 만에 좌파 대통령 오브라도르를 당선시켰다. 그는 “부패와 불평등을 척결하고 신자유주의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최저임금 및 연금 두 배 인상도 약속했다. 적지 않은 유권자가 환호했지만 그 ‘환호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브라도르 정부 출범 100여 일 만에 각종 경제지표가 급락했다. 자본 유출은 1분기에만 72% 늘었다.
130억달러 규모의 신공항 사업을 정치적 이유로 취소하고 빚더미에 오른 국영 석유회사에는 80억달러를 추가 지원하는 등 반(反)시장적 정책과 포퓰리즘에 거침이 없었다.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추락한 건 당연했다. 우르수아 장관은 대통령의 급진적 좌편향 개혁과 확장적 재정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다 갈등이 심화되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그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페소화가치와 주가가 2% 가까이 폭락했다. 포퓰리즘을 견제할 브레이크가 사라진 데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브라도르는 경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신자유주의 종언을 외친 그가 더 나은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멕시코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멕시코의 신용등급을 앞다퉈 떨어뜨릴 태세다.
멕시코의 상황은 여러 면에서 한국과 많이 닮아 있다. 다른 것은 한국에선 우르수아와 같은 ‘배짱 있는’ 관료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그는 트위터에 “진영을 막론하고 모든 경제정책은 다양한 효과를 고려해야 하고 극단주의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데, 이 정부에서는 그런 면모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타당한 근거 없는 정책을 남발하고 명백한 이해상충이 생기는데도 주요 보직에 자격 없는 사람을 앉히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고교 학비 전액 지원, 노년층 생계비 지급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다.
멕시코는 지난해 대선에서 89년 만에 좌파 대통령 오브라도르를 당선시켰다. 그는 “부패와 불평등을 척결하고 신자유주의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최저임금 및 연금 두 배 인상도 약속했다. 적지 않은 유권자가 환호했지만 그 ‘환호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브라도르 정부 출범 100여 일 만에 각종 경제지표가 급락했다. 자본 유출은 1분기에만 72% 늘었다.
130억달러 규모의 신공항 사업을 정치적 이유로 취소하고 빚더미에 오른 국영 석유회사에는 80억달러를 추가 지원하는 등 반(反)시장적 정책과 포퓰리즘에 거침이 없었다.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추락한 건 당연했다. 우르수아 장관은 대통령의 급진적 좌편향 개혁과 확장적 재정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다 갈등이 심화되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그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페소화가치와 주가가 2% 가까이 폭락했다. 포퓰리즘을 견제할 브레이크가 사라진 데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브라도르는 경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신자유주의 종언을 외친 그가 더 나은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멕시코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멕시코의 신용등급을 앞다퉈 떨어뜨릴 태세다.
멕시코의 상황은 여러 면에서 한국과 많이 닮아 있다. 다른 것은 한국에선 우르수아와 같은 ‘배짱 있는’ 관료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