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4~5일(현지시간) 잇따라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천 가구 이상이 정전되고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 가동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캘리포니아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은 환태평양 조산대 ‘불의 고리’에 속한 지역으로 이른바 ‘빅 원(big one)’으로 불리는 초대형 강진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과 유럽지중해지진센터에 따르면 5일 오후 8시19분께(한국시간 6일 낮 12시19분께) LA로부터 북쪽으로 202㎞ 떨어진 곳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다. LA 다운타운은 물론 서쪽으로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북쪽으로는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남쪽으로는 멕시코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AP통신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일어난 지진으로는 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에선 1999년 10월 모하비 사막 인근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특히 이날 지진은 전날 규모 6.4 지진이 난 지 하루 만에 발생해 인근 지역을 공포에 빠뜨렸다. 지진 여파로 미 프로야구 LA다저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는 기자석이 휘청거리고, 일부 팬은 서둘러 비상구로 탈출하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 프로농구 경기는 2쿼터 이후 중단됐다.

LA 도심 고층빌딩에서는 30초 동안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 LA 인근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와 LA 북부 놀이공원 식스플랙스는 일부 놀이기구 운영을 중단하고 이용객들을 대피시켰다. 라스베이거스에서도 관광객용 놀이기구 가동이 중단됐다. 모하비 사막에 있는 차이나 레이크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에는 대피령이 떨어졌고, 한동안 작전도 중단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강진 진앙에서 18㎞ 떨어진 인구 2만8000명의 소도시 리지크레스트 일대는 수천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리지크레스트 인근에 있는 인구 2000여 명의 트로나 마을은 한때 전력과 식수 공급이 완전 마비됐다. 인근 컨 강(江) 협곡에 있는 178번 주(州) 도로 일부 구간은 낙석으로 폐쇄됐다.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은 리지크레스트에 200여 명의 병력을 파견해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진 피해지역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의 비상사태 선포와 지원을 요청했다. 경제적 피해가 1억달러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지진이 캘리포니아를 가로지르는 샌안드레아스 단층에 영향을 미쳐 ‘빅 원’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의 해안산맥을 1㎞ 이상 길이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초대형 지진을 일으켜 캘리포니아 남부 대도시들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재난영화 소재로 종종 등장한다. 1906년 이 단층에서 일어난 규모 7.9의 지진으로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폐허가 되고 약 3000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일단 ‘빅 원’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6일 LA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지질조사국은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현재 3%로 추정했다. 전날(6%)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향후 수일 내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뒤따를 가능성은 27% 내외로 추산했다. 상당한 규모의 대형 강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리지크레스트 일대에선 4일 첫 강진 이후 6일까지 크고 작은 여진이 최소 2700건 이상 발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