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및 계열사들이 투자한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사업인 ‘캄코시티’ 부지 전경.
부산저축은행 및 계열사들이 투자한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사업인 ‘캄코시티’ 부지 전경.
예금자들의 돈으로 대규모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벌이다가 2011년 잇달아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 및 계열 저축은행들(부산2·중앙부산·전주·대전저축은행)이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사업 ‘캄코시티’ 프로젝트에 투자했다가 묶인 돈에 대한 회수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당 개발사업에 관여하던 한국 쪽 시행사(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가 지난 5월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캄보디아 현지 법원에서 5년째 벌어지고 있는 법정 공방이 조만간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과 달리 현지 분위기는 투자금 회수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라, 예금보험공사를 비롯한 한국 측은 대규모 방문단을 구성해 캄보디아 측을 압박하는 중이다.

◆현지 시행사 월드시티 자산 회수 추진

예보, 캄보디아에 묶인 6500억 받아낼까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캄보디아 사법부는 오는 9일 프놈펜에서 캄코시티 관련 선고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캄코시티는 이상호 LMW 대표(62·사진)가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거나 투자받아 프놈펜에서 벌인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이 대표는 LMW의 대주주다. 양측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토지 등을 매입하기 위해 월드시티라는 시행사를 세웠다. 월드시티 지분은 LMW 및 계열사가 40%, 부산저축은행 및 계열사가 60%를 갖고 있다. 이 대표는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광주일고 동문으로, 대단히 가까운 사이였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국내외 다양한 PF 사업에 투자했고, 캄보디아에 ‘캄코뱅크’를 세워 사업을 확대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예보, 캄보디아에 묶인 6500억 받아낼까
2005~2008년 부산저축은행 등은 대출(1830억원) 및 펀드 투자(539억원)로 총 2369억원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피해자들이 부산저축은행 등에 떼인 돈 중 예금자보호 한도 내 금액(5000만원)을 대신 보전해준 예보는 LMW를 상대로 이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서 2016년 한국에서 최종 승소했다. 월드시티를 상대로 한 중재판결도 2017년 1월 나왔다. 받아야 할 돈은 원금 및 이자를 합해 6500억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돈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이 대표 측의 비협조 때문이다. 월드시티가 부산저축은행 돈으로 취득한 토지 등 법인 자산을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는 나아가 월드시티 지분 60%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2014년 캄보디아 법원에 제기했다. 이 대표 측과 예보는 지난 5년간 1심-2심-1심-2심-3심-2심-3심-2심을 오가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캄보디아 재판부는 대법원이 판결을 파기환송해도 항소심이 이를 다시 뒤집을 수 있다.

◆캄보디아 법정공방 결론에 주목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서울회생법원 제21부(부장판사 전대규)가 LMW에 대한 파산 선고를 내렸다. 법정관리인이 별도 선임된 만큼 이 대표가 LMW, 그리고 LMW의 핵심 자산인 월드시티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줄어들게 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캄보디아 재판부도 곧바로 변론기일을 잡았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변론청취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의원과 위상백 예보 사장 및 실무진 등으로 구성된 한국 측 대표단이 대거 방문했다.

현지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다만 현지에선 캄보디아에 합법적으로 투자된 자금을 한국이 빼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법적으로는 한쪽의 우위를 단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재판부는 오는 9일 선고 기일까지 양측이 합의할 것을 제안했다.

재판에서 승소해도 피해자들에게 바로 수천억원 규모의 배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예보가 부산저축은행 대신 예금자들에게 먼저 돌려줬던 1인당 5000만원의 지급금을 먼저 회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만8000여 명에 이르는 5000만원 초과 예금 및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은 회수대금 중 일부만을 배당받게 된다. 또 6500억원은 예보가 요구할 수 있는 최대치일 뿐, 실제 월드시티 보유 자산이 그에 이르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부 자금은 사용처도 없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2017년 프놈펜에 관련 사무소를 세우고, 지난 1월엔 해외재산조사부를 설립해 자산 회수를 추진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 캄보디아 정부에서 예보 측의 채권 회수 요청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보였다”며 “최종 결과를 단언할 순 없지만, 최대한 많은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