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000년 前 상업 중심지…이슬람國, 왜 경제대국 못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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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로·매클리어리 '종교의 부'
배로·매클리어리 '종교의 부'
18세기 영국 경제사상가 애덤 스미스는 종교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시장 경쟁을 통해 소비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종교를 고르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스미스는 이런 관점에서 국가의 종교적 독점, 즉 종교의 국교화(國敎化)를 반대했다. 그는 《국부론》에서 “국가가 제공하는 종교는 독점이어서 혁신적이지 못하고 무력화된다”며 “나아가 국민의 종교적 참여를 감소시키고 종교적 신념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19세기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은 미국을 여행하면서 “미국에선 종교적 선호가 다양하고 경쟁적이어서 종교적 신앙심이 영국보다 높다”고 전했다. 스미스의 주장이 먹혀든 것이다.
종교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차별성이 있어 측정하기 힘든 재화이자 서비스다. 스미스가 생각한 것처럼 경제적 잣대로만 판단하기 곤란한 측면이 크다.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를 얘기했지만 그 또한 종교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종교를 경제로 설명하는 영역에 도전했다. 그는 종교 철학자 레이철 매클리어리와 함께 쓴 《종교의 부(The Wealth of Religion)》(프린스턴대출판부 출간)에서 믿음과 종교적 행위가 어떻게 국가의 부와 관련성이 있는지 살핀다.
그는 우선 종교적 생산성이란 개념을 분명히 한다. 배로 교수에 따르면 종교적 생산성의 근간은 시간과 기도 등의 행동을 들여 내재화된 신앙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신앙심이 높은 사람, 즉 종교적 생산성이 높은 사람은 근면 검소하고 겸손하며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한다. 이들의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종교적 생산성은 나이와도 직결된다. 젊었을 때 종교적인 투자는 적다. 그만큼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종교에 들이는 시간이 늘어나고 참여하는 일이 많아진다. 종교적 규정이나 제재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규정이나 제재가 엄하면 엄할수록 사회와 분리된다. 사회적 긴장도 커져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규제가 적고 느슨한 종교일수록 사회와 잘 협력하는 경향이 있다.
배로 교수는 종교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60개 국가 기독교·불교·이슬람 신자의 행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종교 의식에 많이 참가할수록 경제 성장은 줄어들었다. 반대로 이들의 종교적 신념이 클수록 경제 성장 효과도 크게 나타났다. 종교 의식 참가자들은 노래하고 기도하며 그들의 신념을 함께 나누면서 공동의 경험을 얻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종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업무 생산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에 내재화된 신앙이 클수록 굳이 종교 의식에 빈번하게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이는 생산성과 연결된다. 또 사후 천국과 지옥을 믿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천국으로 가는 기대보다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지옥에 대한 믿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로 교수는 도시화가 개인의 종교성을 감소시키지만, 교육 수준의 향상과 종교성은 별 상관관계가 없다고 설명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신앙인들의 종교 의식 참여도가 줄어들지만 역설적으로 종교적 신앙심은 더욱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저자는 ‘국교(State Religion)’가 있는 국가에 주목한다. 이들 국가에선 정부가 특정 종교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국민에게 강압적으로 믿도록 요구한다. 세계적으로 188개 국가 중 75개 국가(40%)가 국교를 가지고 있다. 1900년 111개국(59%)에 비해서는 훨씬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가 국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나 인구 대국에는 국교가 없다. 이슬람 국교 국가가 많다. 저자는 “국교 국가들은 시민 자유와 민주 정부 수립에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1000년 전에는 이슬람의 확산주의가 상업을 키워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그 이후에는 법과 규율이 너무 엄격해 오히려 경제 성장을 왜곡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로 교수는 현재 종교에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대부분의 종교인이 종교를 생애에 한 번씩은 바꾼다는 것이다. 미국인 중 절반이 그들의 삶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종교적 신념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특정 종교 행사에 참여하면서도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이 늘고 있고 이들은 기성 종교 외에 신흥 종교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배로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경제 성장의 저해 요인이다. 그는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는 종교인들이 각종 의식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보다는 그들이 얼마나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종교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차별성이 있어 측정하기 힘든 재화이자 서비스다. 스미스가 생각한 것처럼 경제적 잣대로만 판단하기 곤란한 측면이 크다.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를 얘기했지만 그 또한 종교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종교를 경제로 설명하는 영역에 도전했다. 그는 종교 철학자 레이철 매클리어리와 함께 쓴 《종교의 부(The Wealth of Religion)》(프린스턴대출판부 출간)에서 믿음과 종교적 행위가 어떻게 국가의 부와 관련성이 있는지 살핀다.
그는 우선 종교적 생산성이란 개념을 분명히 한다. 배로 교수에 따르면 종교적 생산성의 근간은 시간과 기도 등의 행동을 들여 내재화된 신앙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신앙심이 높은 사람, 즉 종교적 생산성이 높은 사람은 근면 검소하고 겸손하며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한다. 이들의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종교적 생산성은 나이와도 직결된다. 젊었을 때 종교적인 투자는 적다. 그만큼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종교에 들이는 시간이 늘어나고 참여하는 일이 많아진다. 종교적 규정이나 제재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규정이나 제재가 엄하면 엄할수록 사회와 분리된다. 사회적 긴장도 커져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규제가 적고 느슨한 종교일수록 사회와 잘 협력하는 경향이 있다.
배로 교수는 종교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60개 국가 기독교·불교·이슬람 신자의 행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종교 의식에 많이 참가할수록 경제 성장은 줄어들었다. 반대로 이들의 종교적 신념이 클수록 경제 성장 효과도 크게 나타났다. 종교 의식 참가자들은 노래하고 기도하며 그들의 신념을 함께 나누면서 공동의 경험을 얻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종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업무 생산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에 내재화된 신앙이 클수록 굳이 종교 의식에 빈번하게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이는 생산성과 연결된다. 또 사후 천국과 지옥을 믿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천국으로 가는 기대보다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지옥에 대한 믿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로 교수는 도시화가 개인의 종교성을 감소시키지만, 교육 수준의 향상과 종교성은 별 상관관계가 없다고 설명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신앙인들의 종교 의식 참여도가 줄어들지만 역설적으로 종교적 신앙심은 더욱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저자는 ‘국교(State Religion)’가 있는 국가에 주목한다. 이들 국가에선 정부가 특정 종교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국민에게 강압적으로 믿도록 요구한다. 세계적으로 188개 국가 중 75개 국가(40%)가 국교를 가지고 있다. 1900년 111개국(59%)에 비해서는 훨씬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가 국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나 인구 대국에는 국교가 없다. 이슬람 국교 국가가 많다. 저자는 “국교 국가들은 시민 자유와 민주 정부 수립에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1000년 전에는 이슬람의 확산주의가 상업을 키워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그 이후에는 법과 규율이 너무 엄격해 오히려 경제 성장을 왜곡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로 교수는 현재 종교에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대부분의 종교인이 종교를 생애에 한 번씩은 바꾼다는 것이다. 미국인 중 절반이 그들의 삶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종교적 신념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특정 종교 행사에 참여하면서도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이 늘고 있고 이들은 기성 종교 외에 신흥 종교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배로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경제 성장의 저해 요인이다. 그는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는 종교인들이 각종 의식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보다는 그들이 얼마나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