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안전보장조약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각국이 자국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며 동맹국 등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측근들에게 일본과의 안보조약이 미국에 불공평하다며 폐기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미·일 안보조약은 일본이 공격받으면 미국이 원조하도록 하고 있지만, 미국이 공격받으면 일본 자위대가 지원하는 것은 의무화돼 있지 않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조약을 폐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중국은 석유의 91%를 그 해협(호르무즈해협)에서 얻고, 일본은 62%(를 얻으며), 많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호르무즈 보호비’를 요구했다.

트럼프, 동맹국에 또 방위비 압박…'호르무즈 보호비'까지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안보조약 폐기와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보호 문제를 거론한 건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동맹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왔다. 미국의 ‘안보 우산’ 덕분에 경제적 혜택을 보고 있으니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는 논리다.

"美·日 안전보장조약…트럼프가 폐기 검토"
호르무즈 해협에서 각국이 자국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윗에서 “(중국 일본 등) 모든 국가는 항상 위험한 여정이었던 곳(호르무즈 해협)에서 자국 선박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트윗에선 “미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생산국이 됐기 때문에 거기(호르무즈 해협)에 있을 필요조차 없다”고 했다.

이는 일종의 ‘호르무즈 보호비’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각국이 자력으로 자국 유조선을 보호하든지, 아니면 미국이 유조선의 안전을 지켜주는 대가를 지급하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70~80%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여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안보조약 폐기를 언급한 것은 일본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미·일 안보조약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동맹 중 하나다. 중국과의 패권전쟁이 격화되면서 미·일 동맹의 몸값도 올랐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 조약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한·미 방위조약 폐기를 거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는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합의했지만, 올해 말께 새로운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있다. 조이 야마모토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이날 “우리 행정부는 세계적으로 방위비 분담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차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을 시작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선한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