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중국내 민족학교에 민간차원 도움 절실"
“중국 훈춘시만 하더라도 민족학교가 7년 새 13개에서 2개로 줄었습니다.”

북·중·러 접경지역인 훈춘에서 25년간 민족학교를 지원해 온 이태성 한국교직원복지협의회 대표(사진)는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어려움을 털어놨다. 중국 동북지역의 젊은 조선족 동포들이 베이징 등 대도시로 많이 빠져나가면서 민족학교에 대한 관심이 줄고, 학교 숫자도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그는 중국에서 민족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이들의 단체(한국교직원복지협의회)를 작년 말 결성해 대표를 맡고 있다. 민족학교는 한편으론 중국 공립학교이면서 한글 교육, 한민족 전통문화 전수 등을 병행하는 학교를 말한다.

이 대표는 “한글로 된 교과서뿐만 아니라 문화 자료, 민속악기 등 민족 교육을 위한 교육자료 공급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는 중국 동포들 스스로 한민족이라는 긍지가 있어서 민족교육에 관심과 지원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동화 정책이 강화되면서 조선족이라는 정체성도 옅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족교육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후원 덕택이었다. 이 대표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민족교육을 뒷받침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도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한국 정부의 지원도 지방 도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족교육이 필요하다는 그의 얘기는 단순히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민족학교가 배출한 인재들이 한·중 갈등을 풀어줄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조선족들이 정체성 측면에서 중국에 가까워지면서 중국 내에 한국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지한파’가 줄어들고 있는 게 큰 문제”라고 했다. 이 대표는 “민간에서 한·중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는 인재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