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시점에 서 있음을 고백한다.”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1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A4 용지 4장 분량으로 된 손편지 내용 중 일부다. 임 사장은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작년 영업이익이 2017년 대비 57.5% 감소했다는 공시를 한 직후 편지를 썼다.임 사장은 편지에서 대형마트 위기를 ‘경쟁의 구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초가성비와 편의를 추구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경쟁자 수도 너무 많아졌다”며 “수많은 온라인사업자, 편의점, 지역 대형 슈퍼, 전문점 등이 나타나면서 전통적인 유통의 울타리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임 사장은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 확대를 위기극복 방안으로 내놨다.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강점을 융합해 만든 점포 형태다. 창고형 매장에서 받는 연회비가 없고 마트에서와 같이 소포장 상품도 판매한다. 전국에 16개 매장이 있다. 배송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자는 대안도 제시했다.임 사장은 2017년 10월 취임해 20개월째 홈플러스를 이끌고 있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사내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메세지를 전했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불황을 임직원 간 소통을 통해 돌파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17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임 사장은 최근 사내게시판에 자필로 작성한 A4 용지 4매 분량의 손편지를 올리고 홈플러스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강조했다.임 사장은 "저는 이 격한 경쟁 속에서도 우리의 노력을 통해 다시 새로운 유통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우리는 우수한 유통역량을 최대한 살려낼 것이고, 누구보다도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지향하고 있고, 이 일을 달성하기 위해 전 조직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는 "유통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작금의 상황은 전통 유통사업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위기"라며 "격한 경쟁 속에서 지속하는 매출 감소와 가파른 비용 상승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시점에 서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이어 "지난 7년 대형마트를 압박한 것은 유통 규제만은 아니며, 가장 정확히 바라봐야 했던 건 바로 변화하고 있었던 고객, 그리고 크게 변화한 경쟁 구도였다"라고 지적했다.임 사장은 이번 메세지를 통해 수많은 온라인 사업자, 일본보다 초밀도로 증가한 편의점,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우후죽순 생겨난 지역 대형슈퍼들, 지속 출현하는 전문점들, 전통적 유통의 울타리가 허물어지고 전방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을 주요 유통 환경의 변화로 꼽았다.그러나 그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실행해온 과제들이 홈플러스를 차세대 유통의 지평으로 옮겨놓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특히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강점을 융합해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한 '홈플러스 스페셜' 점포 확대와 복합쇼핑몰의 경험을 전국 유통 거점으로 확대하는 '코너스' 매장 업그레이드 등 자사가 추구해야 할 6가지 경영과제를 제시했다.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부터 기존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결합한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총 16개 매장을 전환해 개장한 홈플러스 스페셜은 개장일부터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0% 신장하는 등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임 사장은 2017년 10월 홈플러스 대표이사 취임 당시의 다짐을 상기시키며 "우리 모두는 공동운명체이며 모두 하나 되어 함께 할 때만이 우리가 원하는 바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홈플러스가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연결기준으로 각각 전년대비 3.67%, 57.59% 줄어든 7조6598억원과 1090억8602만원으로 집계됐다.업계 관계자는 "이번 메세지는 홈플러스의 실적이 공개된 뒤 나온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다시 잡고 임직원들에게 채찍 대신 희망을 전하려고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대형마트 3사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채널로의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분기 대형마트의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의 지난 4월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7.7% 줄었다. 점포당 매출도 7%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이 전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6%로, 전년보다 2.5% 포인트 낮아졌다.지난달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실적 악화가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2018 회계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90억원으로 전년보다 57.59% 급감했다. 매출액은 7조6598억원으로 3.67% 줄었다.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7조491억원, 영업이익 4628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보다 매출은 9.9%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0.9%나 줄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매출 6조3170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0.1%, 79.0%씩 감소한 수치다.올들어서는 영업이익 감소율이 더욱 커졌다. 이마트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4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6% 줄면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5854억원으로 11.7%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697억원으로 44.0% 감소했다. 롯데마트 역시 이 기간 동안 영업이익이 79% 감소한 84억원으로 조사됐다.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경쟁 상대인 온라인 업체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서다. 실제 대형마트의 할인 행사가 전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로 쿠팡이나 위메프 등 온라인 업체들이 대규모 할인 행사로 맞대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쪽에서 신규 사업자들이 지난 3~4년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강행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면서 "마켓컬리와 같은 새로운 경쟁 사업자들의 시장 참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게다가 유통업체의 비수기로 통하는 올 2분기 역시 실적을 안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공휴일 수가 줄어들어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올 하반기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가 상대적으로 고정비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가 1분기보다 부정적인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적어도 하반기에 진입해야 이러한 부진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세 업체는 모두 온라인 채널 강화를 통해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하고 향후 5년간 온라인에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 달성으로 업계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이마트는 이커머스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세계와 합작해 별도로 마련된 온라인사업 통합법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다. 이마트몰은 지난 1일 신세계몰을 흡수 합병하고 신설 통합법인인 '(주)에스에스지닷컴'을 출범했다. 이마트몰은 공시를 통해 "법인간 분리돼 있던 플랫폼의 운영주체를 일치시켜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는 이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자필로 편지를 전하면서 온라인 채널을 언급했다. 임 대표는 "우리가 안전하고 편하게 여기던 그 사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진화를 시작했다"며 "전국 각 점포가 지역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의 역할까지 수행해 차별화된 배송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모바일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티몬, 위메프, 쿠팡 등 기존 온라인 강자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해놓은 상태에서 변화에 둔감했던 대형마트가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유정현 연구원은 "온라인 식품 유통 시장은 다수의 사업자들이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며 "이마트, 롯데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이들의 온라인 쇼핑 사업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