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수사 등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 등으로 과거 검찰의 일부 부실수사 사례가 드러나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檢 수사결과 못 믿겠다"…재수사 요청 급증
재항고 5년 동안 47% 증가

19일 법무부 법무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총 6만5456명이 항고를 했다. 전년(5만7306명) 대비 14.2% 증가한 것으로, 2014년(5만1995명)과 비교하면 25.9% 늘어난 수치다. 검사가 무혐의,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해당 고소·고발인은 불만이 있을 경우 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해 재수사를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항고했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으면 고발인은 대검찰청에 한 번 더 수사를 요청하는 재항고를 할 수 있다. 고소인과 일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직권남용, 불법체포 및 불법감금, 폭행 및 가혹행위, 피의사실 공표 등)에 대해 고발인은 법원에 재정신청서를 낼 수 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승인하면 검사는 공소제기를 해야 한다.

재항고와 재정신청을 하는 인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총 4300명이 재항고해 2014년(2936명) 대비 46.5% 늘어났다. 재정신청은 같은 기간 2만771명에서 2만4212명으로 16.6% 증가했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지난해 0.5% 수준에 불과했고, 재항고도 98%는 기각 또는 각하됐다. 하지만 가까스로 재판 기회를 얻어 상대방의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A씨는 작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B씨로부터 데이트 폭행과 협박 등을 당하자 그를 고소했다. 수사기관은 이를 단순 다툼으로 여겨 불기소 처분하고 항고도 기각했지만 법원은 재정신청을 승인했다. A씨는 1심에서 승소했다.

檢 불신, 권리의식 향상 등이 원인

법조계에선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항고·재항고·재정신청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특별수사단이 꾸려지고 나서야 기소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혹시 내 사건도 검찰이 부실하게 처리하지 않는지 의심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재성 안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도 상당한데 검찰이 추가 조사 없이 경찰 의견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변호사 접근성이 개선돼 고소·고발인이 자신의 법적 권리를 정확히 알게 됐다”며 “변호사도 시장이 치열해진 만큼 항고 등을 권유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검찰개혁위원회도 재정신청 확대와 공소유지변호사제도 도입 등을 검찰총장에게 권고한 상태다. 재정신청 대상을 모든 고소·고발인으로 확대해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축소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공소유지변호사제도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법원 직권으로 재판할 경우 검사가 유죄 입증에 소극적일 수 있어 변호사한테 검사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항고, 재항고, 재정신청

검찰이 무혐의,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을 때 고소·고발인이 이에 불복하는 절차. 항고란 고등검찰청에 재수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고발 사건은 대검찰청에 한 번 더 수사를 요청하는 재항고를 할 수 있다. 고소 사건과 일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직권남용, 피의사실 공표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은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