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음주운전은 질병…치료와 교육 병행해야"
오는 25일부터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혈중 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된다. 면허 취소 기준은 0.1%에서 0.08%로 낮아지고 세 번 이상 걸리면 면허가 취소되는 삼진아웃제도 두 번 만에 취소되는 이진아웃제로 바뀐다. 음주운전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처벌 강화만으로는 강력 음주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사진)은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지난해 말 처벌이 강화된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음주운전의 심각성은 여전하다”며 “새 법의 시행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뿐 아니라 전문적인 알코올 치료와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국내 음주운전 재범률은 44.7%에 이른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중 재범자가 일으킨 사고가 42.5%에 이를 만큼 상습 음주운전 문제가 심각하다. 해외에서는 이런 상습 음주운전자를 처벌하면서 알코올 치료를 명령한다. 치료받아야 하는 질환으로 접근한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음주운전을 술 취해 저지른 단순 과실로 본다.

전 원장은 “술 마신 뒤 운전을 하고도 적발되지 않거나 사고 없이 운전한 경험이 생기면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또다시 음주운전을 할 위험이 높다”며 “습관적으로 음주운전을 반복한다면 평소 알코올 문제가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으면 음주운전 위험이 높다. 다사랑중앙병원이 2016년 치료를 받고 있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 중 운전자 1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을 해본 환자는 76%(145명)에 달했다. 이 중 61%(89명)는 세 번 이상 음주운전을 한 상습 음주운전자였다. 음주운전 횟수를 셀 수 없다고 답한 환자도 26%(38명)에 이르렀다.

전 원장은 “보통 음주운전으로 걸리면 ‘다시는 술 먹고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알코올에 중독되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상습적 음주운전 행태를 보인다면 이미 술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은 알코올 문제를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술에 취해 습관적으로 운전대를 잡는다면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라며 “상습적 음주운전자는 단주를 통해 알코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